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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란 모델’은 북핵과 무관할까

입력
2015.04.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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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과 핵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이란 모델’이 북핵 해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과 이란은 완전히 다르다”는 쪽으로 정리하는 것 같다.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안전보장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핵 협상을 파기하는 등 신뢰를 잃어 ‘이란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는 주장이 대세다.

하지만 북핵 해법으로 제시됐던 우크라이나 모델과 리비아 모델의 유효성이 상실된 가운데 이란 모델이 또 하나의 북핵 해법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협상타결 직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의 선택과, 북한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하면서 “북한이 진정성 있게 6자회담과 같은 회담 테이블로 돌아온다고 해도 그 목표는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완전하고 검증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고수해 왔다.

이번 이란 핵 협상의 경우는 핵시설의 폐기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 이란 핵 합의 내용은 원심분리기 감축, 중수로 발전시설의 플루토늄 생산량 감축을 위한 설계 변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15년간 우라늄 농축시설 신설 중단 등을 이란이 약속하고, 유엔, 미국, 유럽연합(EU)이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다.

이란은 현재의 핵 관련 시설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고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보장받았다. 이번 핵 합의에 대해 이스라엘과 미국 공화당 일각에서 반발하는 데는 이란 핵 개발의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고 살려뒀기 때문일 것이다.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한 미국의 주요목적은 핵무기 개발을 결심하고 이를 제조하기 위한 핵물질 확보까지 이론적으로 걸리는 시간인 ‘브레이크아웃 타임(breakout time)’을 버는 것이었다.

핵 관련 시설을 유지하면서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보장 받은 이란 모델에 대해 북한은 관심을 가질만하다. 그래서 미국은 이란 핵 협상 타결 직후 곧바로 “이란과 북한은 정말로 매우 다른 사안”이라면 선 긋기에 나섰다. 3차에 걸친 핵실험을 진행한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식돼 핵무기 보유까지의 시간을 늦추는 이란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하지 않고 핵개발 능력을 통제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타결 지은 것은 북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핵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북한에 이란 모델을 적용한다면, 2012년 2·29 합의와 유사한 행태로 가동 중인 모든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IAEA 감시체제에 들어오면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될 것이다. 당장 CVID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핵능력 향상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북핵 고도화를 막아야 한다는 시급성을 고려한다면 이란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여 2·29 합의와 유사한 행태의 북미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6자회담에서 추인하고 이행을 담보하는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은 ‘이란판 2ㆍ29 합의’일 수도 있다. 다만 핵개발의 수준이 다를 뿐이다. 불씨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우선 급한 불은 끄고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것이다. 2ㆍ29합의는 김일성 출생 100주년 행사용으로 기획된 광명성 3호 로켓 발사로 파기됐고 3차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이란의 경우도 언제 불씨가 되살아날지 모른다. 북한은 되살아난 불씨가 활활 타고 있다. 급한 불을 먼저 끄고 볼 것인가, 아니면 사드(THAAD) 배치로 기름을 부을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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