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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그래도 베테랑이 필요하다

입력
2015.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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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병규(9번).
LG 이병규(9번).

양상문 LG 감독은 올해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거치며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 게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잠시 1군 무대를 밟은 최승준과 채은성은 양 감독의 집중 투자 대상이다. 부진한 최승준을 두고는 “터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여전한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규시즌에서 둘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재홍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잠재력은 실제 가치가 아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바늘 구멍과 같은 지명 경쟁을 뚫고 프로야구에 간택된 선수라면 잠재력은 누구나 있는 것이며 얼마만큼 강심장과 빠른 적응력으로 실력을 선보이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골키퍼 김승규는 인터뷰에서 “월드컵은 경험을 쌓는 무대가 아니다. 완벽한 준비를 통해 최고의 성적을 내는 곳”이라고 말해 반향을 일으켰다. 단기전인 월드컵과 6개월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프로야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프로야구 역시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자웅을 가리는 무대다.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으로 초반 불안하던 LG의 분위기를 그나마 바꾼 건 역시 ‘구관’들이다. 5일 잠실 삼성전에서 이병규(9번)는 대타로 나가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로 추격 타점을, 이진영은 9회 동점 희생플라이로 짜릿한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양상문 감독이 추구했던 ‘1사 3루에서 득점 확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론을, 그것도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실천한 건 베테랑의 관록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다. 박용택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져 있고, 이진영과 이병규(9번)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지만 필요한 순간에 한 번씩 ‘해결 본색’을 과시하며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 있던 팀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정성훈은 개막 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 야구인은 “LG가 언젠가는 세대교체를 해야겠지만 아직까지 베테랑 선수들을 뛰어넘는 차세대 주자들은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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