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곰’이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팀 타율(0.243) 꼴찌, 팀 평균자책점(7.05)도 꼴찌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주축 투수 3명이 한꺼번에 빠진 탓이다. 두산은 선발 2명 없이 시즌 초반을 치르고 있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골반 통증, 5선발 이현승은 왼 중지 미세 골절이다. 노경은은 턱 뼈가 부러졌다. 그래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4월 한 달간 목표를 5할 승률로 잡았다. 개막 3연승을 달릴 때도 “투수 교체가 운 좋게 맞아 떨어졌을 뿐”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두산이 맨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난 2일 대전 한화전부터다. 5선발 진야곱이 3이닝만에 4실점으로 내려가자 뒤이어 나온 젊은 불펜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했다. 이후 부산에서 롯데를 만나서도 불펜 싸움에서 완패했다. 시즌 전 가장 우려됐던 부분, 경험 없는 선수들이 스스로 위축돼 공을 던지고 있다. 윤명준이라는 마무리 투수가 대기하고 있지만, 등판 기회가 없다. 7일 잠실 넥센전까지 내주며 속절없는 4연패다.
믿었던 야수들의 방망이도 침묵하니 답답하다. 두산 타자들은 처음 상대한 외국인 투수 레일리(롯데) 피어밴드(넥센)에 속절없이 당했다. 득점권 찬스에서는 2할1푼6리로 10개 구단 중 8위다. 톱타자 민병헌이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지고 외국인 타자 루츠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타선의 무게감이 없다. 홈런 한 방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부상 선수들이 속속 복귀 채비를 하고 있다. 니퍼트는 이변이 없는 한 10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한다. 그는 이날 벽제구장에서 열린 경찰청과의 2군 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몸 상태를 최종 체크했다. 니퍼트는 “1회 제구가 다소 높았지만, 2회는 투구 내용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노경은도 예상보다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올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턱 안에 고정한 와이어를 해체했다”며 “앞으로 병원 검진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노경은은 부상으로 쫙 빠진 체중도 86kg까지 찌웠다. 정상 체중은 90kg까지 얼마 안 남았다. 두산 관계자는 “빠르면 3주 뒤 완벽하게 피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군에서 실전 등판한 뒤 1군에 올라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현승도 4월 안에 복귀가 가능하다. 현재 공만 못 던질 뿐, 런닝이나 다른 훈련은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문제는 남은 4월 한 달을 어떻게 버티느냐다. 김강률 이재우를 제외하면 불펜에서 벤치의 믿음에 부응하는 투수가 없다. 야수들도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니 수비에서마저 집중력이 현격히 떨어졌다.
일단 김 감독은 타격 쪽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언젠가 올라갈 때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마운드는 뾰족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기존의 자원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김 감독도 “지금 엔트리에 있는 투수들이 안정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도중 “올해 성적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두산을 이끌어 갈 강력한 불펜 투수를 키우는 게 내 몫”이라는 말을 했다. 이원재 이현호 장민익 함덕주 김강률 등 전혀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타자와 싸우는 요령을 스스로 터득하게 끔 뒤에서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2군에서 올릴 마땅한 투수가 없는데다 어린 투수들이 경험을 쌓기는커녕 안 좋은 기억만 축적하고 있다. 신임 김태형 감독에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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