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교감 사과… 학교측 폭언 부인
교장 "미납액 커 교감과 내가 대납도"
"지원대상 아니라도 생활고 가능
공개 장소서 독촉은 부적절" 지적
학생들에게 무리하게 급식비를 독촉해 논란을 빚은 서울 충암고가 7일 사과의 뜻을 밝혔다. 다만 학교 측은 해당 학생들이 급식비 지원 대상인 저소득층 학생은 아니며, 논란이 됐던 ‘폭언’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윤명화 학생인권옹호관을 파견해 진상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박상국 충암고 교장은 이날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한 ‘학교장이 드리는 글’을 통해 “오랫동안 (급식비) 미납 문제가 있어서 교감에게 (급식비 납부) 지도를 부탁 했다”며 “이번 일에 대해 교장으로서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종갑 교감도 “급식비 납부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생과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학교 측은 논란이 됐던 폭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교감은 “지난 2일 점심시간에 신속하게 미납학생 명단을 확인해 ‘빠른 시일 내에 납부하라’고 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마’ 등의 말은 하지 않았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박 교장은 “폭언은 없었다고 본다. 막말을 했다는 내용이 확인되면 그에 걸맞은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교측은 급식비 납부를 독촉 받은 학생들이 급식비 지원 대상 학생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교감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시설수급자 등 급식비 면제 대상자를 제외한 급식비 미납 학생에게 납부 지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도 “교감이 가진 미납자 명단 중 급식비 지원 대상 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충암고의 급식 대상 학생은 1,380명으로 현재 343명이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급식 지원을 받는다.
학교 측은 급식비 납부 지도가 학부모와 교사들이 참가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졸업생의 급식비 미납액이 3,984만원에 달해 학교 경영에 차질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박 교장은 “3월 중 부장협의회에서 급식비 미납 학생에 대한 협의를 했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급식비 납부 지도가 필요하다는 자문을 받는 등 주의를 기울였다”며 “도저히 손실액으로 회계마감을 할 수 없어 납부 독촉 당사자인 교감이 250만원, 내가 400만원을 대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명화 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급식비 지원 대상이 아니더라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무리한 독촉을 하는 것은 학생 인권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학생인권옹호관은 8일부터 충암고에 파견돼 학생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애초 문제는 충암고의 부실한 학교 운영 때문에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립학교인 충암고는 2011년 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시설공사와 학교회계에서 32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관계자는 “충암고는 경영진의 비리로 경제적 문제를 겪은 학교”라며 “비리 당사자에 대한 해임 등 시교육청의 개선 지적 사항도 이행하지 않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돈을 달라고 독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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