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범 여부 한 번도 묻지 않아 자격 미달… 자진사퇴가 마땅"
與 "말석검사로 주도적 위치 아냐, 병역기피ㆍ위장전입 등 하자 없어"
朴 "경찰 조작 상상할 수 없었다, 스스로 질책하고 안타까운 마음"
여야는 7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축소ㆍ은폐 수사 개입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박 후보자가 축소 수사에 적극 개입했다며 자진사퇴를 압박했고 여당은 말석검사로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방어했다. 후보자 지명 두 달여 만에 가까스로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여야의 입장이 여전히 극명하게 갈리면서 임명동의안 본회의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野 “박상옥, 대법관 자격 논할 가치도 없어”
야당 청문특위 위원들은 시작부터 박 후보자의 박종철 사건 축소 개입을 기정사실화 하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시 수사기록을 들어 보이며 “박 후보자가 1차 수사 당시 강진규를 심문하며 96번 질문을 하지만 공범이 있느냐고는 단 한번도 묻지 않았다”며 박 후보자가 축소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공범을 알면서도 수사하지 않고 기소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 법의 수호자인 검찰로서 자격 미달이고 더더욱 대법관으로선 자격조차 논할 가치가 없다”고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1차, 2차, 3차, 3-1차, 3-2차 이렇게 하는 일이 흔한가”라며 당시 검찰의 부실수사를 지적했다. 박종철 사건 고문 경찰관 폭로에 앞장섰던 이부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도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박 후보자도 공범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박 후보자의 사퇴를 권유했다. 이 상임고문은 “장관이나 총리 이런 자리보다 대법관은 더 지엄한 자리”라며 “이 곳에 왜 고문 수사의 조작ㆍ은폐 혐의를 받는 분이 가야 하냐. 깊이 재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與 “말석 검사에 불과”…박 후보자 옹호
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당시 말석검사로서 사건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엄호에 나섰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검찰문화와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말석검사였던 박 후보자가 상부 지시 없이 단독으로 추가 수사를 지시할 지위에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민 의원은 특히 “박 후보자는 병역기피나 위장전입 등 인사청문회에 많이 나오는 5종 세트 등 하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박 후보자를 옹호했다.
박종철 사건 수사 검사로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안상수 창원시장은 “박 후보자는 은폐ㆍ축소에 관련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거들었다. 안 시장은 “은폐ㆍ축소는 안기부나 경찰 쪽에서 했던 점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며 “수사 검사들은 반드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과 안기부의 생명과 신체의 위협을 무릅쓰고 피나게 투쟁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도 “(경찰의) 조직적 은폐와 축소를 밝히는 과정이 조금 길고 힘들었다고 말씀 드린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2, 3차 수사를 통해 밝혀졌듯이 치안본부 대공경찰이 조직적으로 각본에 따라 축소 조작했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그 점에 대해선 검사로서 그런 능력이 주어지지 못한 데 대한 스스로의 질책과 안타까운 마음을 말씀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명동의안 본회의 처리 여부 불투명
이날 회의는 여야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자정까지 진행됐지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산회됐다. 야당은 하루에 6,000쪽이 넘는 자료를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청문회 연장을 요구했으나, 여당은 전례가 없다며 거부해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경과보고서의 본회의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박 후보자를 옹호해 온 여당도 야당의 반대가 큰 데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박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여론이 커져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 본회의 처리 방향을 협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야당은 청문회 하루 전에야 박종철 사건 수사ㆍ공판 기록이 제출됐다는 이유를 들어 청문회 기간을 최대 이틀 연장한 뒤 임명동의안 처리 여부를 따져보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은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 검증을 충분히 한 만큼 일단 특위에서 경과보고서를 처리한 뒤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판단을 물어야 한다고 맞섰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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