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파동 수습대책이 나왔다. 골자는 2013년 세법 개정 오류로 당초 취지와 달리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부담이 늘어난 부분을 되돌려주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는 대책에 따라 5월부터 근로소득세 납부자 541만 명이 1인당 평균 8만원씩 총 4,227억원을 환급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느닷없는 ‘세금폭탄’ 파동은 수습국면을 맞게 됐다. 하지만 파동을 통해 ‘꼼수증세’의 한계가 드러나고 과세 체계가 크게 흔들린 만큼, 대대적인 소득세법 정비가 과제로 남게 됐다.
따지고 보면 파동은 기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각종 비과세 감면을 축소함으로써 직접 증세 없이 세수(稅收)를 늘리려다 일이 꼬인 것이다. 지출에 비례해 세금 감면을 더 많이 받는 소득공제에 비해 상한을 정한 세액공제 방식을 적용하면 고소득층의 납세액이 증가한다. 2013년 세법개정에 따른 소득수준별 세부담 증감을 분석한 결과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 1,361만명의 세액 총액은 4,279억원(1인당 평균 3만1,000원) 감소한 반면, 7,000만원 초과자 110만명의 세액 총액은 1조5,710억원(1인당 평균 109만원) 늘어난 사실도 당초 세법개정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비과세 감면 축소 과정에서 빚어졌다.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라도 공제대상 지출이 적은 1인가구, 출산 및 3자녀 이상 가구, 연금저축 공제 해당 가구 등에서는 비과세 혜택이 줄거나 없어지면서 오히려 세액이 폭증하게 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연말정산 폭탄을 맞은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전체의 15% 선인 205만명에 달했다. 특히 그 중엔 급여 2,500만~4,000만원 구간 근로자가 70%나 돼 세금폭탄 충격이 서민에게 집중됐다는 것도 거센 반발을 산 요인이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자녀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연금저축 가구와 1인가구 세제혜택을 늘리는 등 보완에 나선 것도 일단 서민 세금폭탄 상황부터 진화하기 위한 응급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득세법이 이젠 더 이상 땜질식 처방으로는 정당성을 주장하기 힘들만큼 과세 철학이나 형평성에서 불신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급여 5,500만원 초과 근로자들이 지난 세법개정 등을 통해 사실상의 증세를 감당한 만큼, 진짜 부자들의 자본소득 과세도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차기 세제개편에서 대대적 수술을 통해 소득세 체계의 정합성을 보강하고, 소득양극화 심화 및 재정난 해소를 위해 자본소득을 포함한 부자 직접 증세의 물꼬를 트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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