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스크바서 정상회담 열려
러 제재 거부권 행사 대가로
구제 대출액 확대 가능성에 촉각
유럽연합(EU)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를 통해 EU의 약한 고리를 파고 들고 있다. 8일로 예정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모스크바에서 회담에서 러시아가 경제위기에 처한 그리스에 어떤 선물을 안길지 주목되면서 EU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EU가 러시아의 크림공화국 병합에 반발, 폭넓은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가 미국과 EU의 농산품 수입을 전면 중단해 양 진영간 갈등은 증폭돼 왔다.
회담을 앞두고 치프라스 총리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그리스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EU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이번 회담에서 그리스산 과일에 대한 수입 금지를 해제를 기대하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의 근심거리는 과일 무역 정상화를 넘어 다른 곳에 있다고 보도했다. 바로 그리스가 러시아 제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가로 러시아가 그리스에 대한 대출액을 확대해 주는 것이다. 일명 ‘트로이 목마’라고 불리는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러시아가 서방국가 연합을 제압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된다.
이번주 회담에서 이 정도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그리스의 경제 위기가 심화될수록 치프라스의 좌파 정부가 러시아 편에 설 것이라는 경보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2011년 금융위기를 맞은 키프로스에 25억달러에 달하는 금융 안정화 자금을 지원해 두 국가간 경제적, 정치적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위기로 난국에 부딪친 EU 국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러시아의 행동은 효과를 발휘해 지난달 EU이 러시아 제재 연장을 발표하자 키프로스는 그리스와 함께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인데다 막대한 빚에 묶여있다고 지적하며 치프라스의 러시아 카드는 독일 등 유로존과 구제금융협상에서 교섭력을 높이려는 카드일 뿐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
테오차리스 그리고리아디스 자유베를린대 그리스ㆍ러시아 관계 전문가는 “그리스는 베를린을 열 받게 하고 그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해 러시아를 이용하고 있다”며 “치프라스는 그가 다른 옵션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코스타스 이오다니데스 그리스 외교 관계 전문가는 “러시아는 보통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리스에서 소동을 일으켜왔지만, 그들은 한번도 그리스와 NATO와의 관계에 도전한 적은 없다”며 “양국이 가까워지지만 너무 가깝진 않은 관계를 통해서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