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울경 기고] 에너지 3중고와 우리의 대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울경 기고] 에너지 3중고와 우리의 대응

입력
2015.04.07 17:55
0 0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에너지 3중고(trilemma)’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달 가능해야 하며, 둘째 에너지 가격이 합리적 수준이어야 하고, 셋째 환경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서로 상충되는 조건이어서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갖춘 에너지는 현재까지 없다. 이를 두고 ‘에너지 3중고’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5.6%나 되다 보니 그 중에서도 안정적인 수급이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찍이 1970년대에 원전을 도입했고 지금은 세계에서 6번째로 원전이 많은 국가이다. 하지만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수립된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원전 4기의 추가 건설 계획을 유보하는 대신 2027년 기준 신규설비의 절반을 화력발전소로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환경문제가 대두됐다. 석탄 화력발전소는 초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발생시킨다. LNG 발전소는 석탄 화력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정도인 반면 발전단가가 3배에 이른다. 지난해 전력예비율이 10%를 상회하자 LNG 발전소 평균가동률이 50%대로 낮아져 민간발전 사업자들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 대안으로 신재생 에너지가 가장 주목 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전 세계 발전량의 절반이상으로 높이는 안을 목표로 제시했다. 문제는 단기간 내에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확대시키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적고 에너지 원단위가 낮은 유럽선진국들이 대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원자력과 화력 발전설비 건설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즉 세계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에너지 3중고 이지만 대처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WEC)가 발행한 에너지 지속가능성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129개 국가 중에서 종합순위 64위이다. ‘에너지 안보’항목은 103위, ‘에너지 공평성’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각각 49와 85위이다. 다른 나라의 정책을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결국 해법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이 유류가격이 안정화 국면에 있을 때 우리나라에 적합한 에너지 3중고 대응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에너지 공급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새로운 요인에 대한 대책,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에 따른 에너지 공급시스템의 실패 가능성에 대한 대비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스스로 에너지 안보를 지킴과 동시에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반세기 동안 쌓은 원자력산업이라는 공든 탑이 사회적 불신과 갈등으로 인해 무너진다면 에너지 3중고를 해결할 방법은 점점 더 요원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