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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북핵 놔두는 까닭

입력
2015.04.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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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장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당면 현안이 아니다. 외려 현상을 유지하는 게 패권을 지켜내는 덴 더 이로울 수 있다. 최근 타결된 이란 핵 협상을 잘 매조져야 하는 만큼 역량을 분산키도 여의치 않다. 결국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건 우리 몫일 수밖에 없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입장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당면 현안이 아니다. 외려 현상을 유지하는 게 패권을 지켜내는 덴 더 이로울 수 있다. 최근 타결된 이란 핵 협상을 잘 매조져야 하는 만큼 역량을 분산키도 여의치 않다. 결국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건 우리 몫일 수밖에 없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판단 기준은 핵 위협 수준이 아니다. 상대국과의 관계가 패권 유지에 어떻게 작용하느냐다. 미국한테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 적대가 중국 견제에 유리하다. 협상 동력원은 우리뿐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통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는 상황은 결코 골칫거리나 딜레마가 아니고,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란 핵 협상 타결로 세계의 시선은 북한 핵으로 쏠리고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ㆍ하원을 상대로 이란 핵 협상 뒷마무리를 하는 데 전념할 수밖에 없어 북핵 문제는 지금까지보다도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여기에 중국과 북한의 대응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게 어렵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의 지정학적 상황은 축복은커녕 저주가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무대로 끌어내야 한다. 6자회담이든 또 다른 틀이든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만한 동기를 제공하고 동시에 그 틀을 벗어날 수 없도록 강하고 유연한 체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동북아 정세 구조상 그런 판을 까는 데 적극 나설 주체는 우리정부밖에 없다. 수순은 자명하다. 먼저 남북관계의 진전인데, 김정은을 대화 파트너로 확실하게 인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 김정은 체제를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관리한다는 자신감과 그런 틀을 만들어낼 비전과 지혜가 필요하다. 그게 없이 지정학의 축복을 말하는 건 국민기망일 뿐이다.”

-도랑에 든 소와 지정학적 축복(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계성 수석논설위원) ☞ 전문 보기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가 이뤄졌다. 한마디로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공을 들인 결과다. (…) 미국-이란 관계 확대는 이란의 팽창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다른 나라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 (…) 미국이 세력균형에만 성공한다면 패권은 유지될 수 있다. (…)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오바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ing)이라는 세력균형 정책은 일본과 인도, 나아가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등 중국을 둘러싼 여러 나라들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완성된다. 특히 집단적 자위권 확대를 비롯한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필수다. 그렇게 될 때까지 북한이라는 ‘아주 위험하지는 않지만 눈에 띄는 적’은 좋은 빌미가 된다. 올 들어 미국의 여러 연구기관과 학자들이 북한의 핵 능력을 과대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 그렇다기보다는 미국 안 분위기를 반영한 측면이 크다. 북한 핵 문제는 이란 핵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 (…)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사실상 방관정책인 ‘전략적 인내’만을 얘기한다. 우선순위가 핵 문제 해결에 있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해야 북한 핵 합의가 가능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금 그 동력이 나올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북한 핵 문제를 풀지 않으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 핵 협상’의 동력은 어디에(한겨레 기명 칼럼ㆍ김지석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접속 차단 안내 페이지를 패러디한 ‘레진코믹스’의 이벤트 페이지. 최근 방심위는 저 웹툰 사이트가 음란물을 유통한다고 판단해 4시간 동안 접속을 차단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접속 차단 안내 페이지를 패러디한 ‘레진코믹스’의 이벤트 페이지. 최근 방심위는 저 웹툰 사이트가 음란물을 유통한다고 판단해 4시간 동안 접속을 차단했다.

검열 시대다. 자유는 억압되고 비정상성은 배척된다. 오락으로 현혹했던 때와 다른 독재다.

“모두가 공짜로 생각하던 웹툰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보는 유료 콘텐츠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한 기업이 있다. ‘레진코믹스’(lezhin.com)다. (…) 대대적 광고를 한 적도 없지만 회원 수가 무려 100만명을 넘는다. (…) 그런데 지난달 25일, 갑자기 레진코믹스 접속이 차단됐다. (…) 레진코믹스에 연재되는 한 만화의 일부분에 대해 음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유였다. (…) 항의가 빗발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마지못해 4시간 만에 차단 조치를 해제했다. (…) 최근 ‘선암여고 탐정단’이라는 드라마에서 동성 여고생의 키스 장면을 심의하면서 방심위원들이 한 발언은 성소수자에 대한 심각한 차별적 인식을 보여준다. 한 방심위원은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혐오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수준의 인권의식을 가진 인사가 심의위원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개인적 혐오감’을 심의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심의는 기준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확한 기준도 없이 ‘야하다’는 이유로 사이트를 차단하여 온 국민이 못 보도록 한다든지, 자신이 혐오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제재를 한다든지 하는 행위는 심의의 탈을 쓴 검열이다.”

-정부는 국민의 어버이가 아니다(한국일보 ‘36.5°’ㆍ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 전문 보기

“‘레진코믹스’가 지난 25일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24일 레진코믹스 사이트 전체를 예고도 없이 접속 차단 조치를 취한 탓이었다. 이날 방심위는 레진코믹스가 제공하는 콘텐츠에서 성기 노출, 가학·피학적 성행위 묘사 등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 해당 콘텐츠만 선별해 차단하거나, 경고도 없이 일방적이고 예고 없는 차단이었기 때문에 행정력의 남용이자 과잉 조치라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 방심위는 헌법재판소가 2009년 5월 28일 음란 표현물도 헌법 제21조의 언론ㆍ출판의 자유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결정한 사실에 더 주목했어야 했다. (…) 해악을 끼치는 표현물 일부를 근거로 전체를 대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등 기본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정부에서 명예훼손죄는 물론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광범위하게 음란ㆍ외설성을 적용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가 심화하고 있다. 대단히 걱정스럽다.”

-‘레진코믹스’ 폐쇄 소동(3월 28일자 서울신문 ‘씨줄날줄’ㆍ문소영 논설위원) ☞ 전문 보기

공짜 밥은 눈칫밥이다. 상처가 된다. 학생들에게 급식비 납부를 독촉해 빈축을 산 서울 충암고 교장이 7일 학교 사이트를 통해 사과했다. 급식비 미납에 따른 고충도 함께 털어놨다.
공짜 밥은 눈칫밥이다. 상처가 된다. 학생들에게 급식비 납부를 독촉해 빈축을 산 서울 충암고 교장이 7일 학교 사이트를 통해 사과했다. 급식비 미납에 따른 고충도 함께 털어놨다.

애들 밥 굶는 시대는 갔다. 가난 숨겨주는 것도 복지다. 밥값 채근하는 학교. 국가 실패다.

“경남 마산의 고교1년생은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누구는 가난해서 공짜 밥 먹고 누군 형편이 좋아서 돈 내고 밥 먹고, 이렇게 되면 학교 분위기가 확 바뀔지 모릅니다. 모두가 같은 밥을 먹는 동안에는 가난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선별복지가 시행되는 순간 대상자는 진짜 가난한 아이가 되어 버립니다… 가장 즐겁고 평등해야 할 급식소에서 ‘누구 밥은 3,200원, 누구 밥은 공짜’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 눈칫밥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교감이 급식소 앞에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에게 “내일부터는 오지 말라”“너 같은 애들 때문에 다른 애들이 피해를 본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은 재원의 효율적 배분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눈치보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밥을 먹게 하는 건 어른들의 의무다. 우리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그 정도도 못해줄 형편은 아니지 않은가. 아이들이 자존감에 상처받고 부모는 모멸감에 시달리게 하는 일만은 없도록 해야 한다.”

-눈칫밥은 안 된다(한국일보 ‘지평선’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후기 자본주의인 현대사회는 자본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대해졌고, 농경사회처럼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관행적 표현을 사용하기에는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워킹푸어가 많다. 현대의 복지 개념은 부모가 가난하다고 그들의 자녀가 상처를 받거나, 기회의 평등을 얻지 못해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돌봐 주는 것이다. (…) 무엇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배움의 전당인 학교에서는 빈부의 격차와 상관없는 공정한 처우를 기대해 왔다. (…) 서울 충암고등학교에서 지난 2일 점심 때에 급식비 미납자들을 골라 내 “밥을 먹지 마라”며 공개적인 망신을 준 일이 발생했다. (…) 선별적 무상급식을 선호하는 쪽은 재원 조달을 걱정하고, 보편적 무상급식을 선호하는 쪽은 가난한 부모를 둔 학생들이 부끄러워할지도 모를 ‘낙인효과’를 우려한다. (…) 충암고의 사례는 선별적 무상급식이 자칫하면 학생들에게 무차별적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 같아 씁쓸하다.”

-충암고의 급식 망신 주기(서울신문 ‘씨줄날줄’ㆍ문소영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면세가 능사는 아니다. 증세가 정공이다.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단 믿음을 심어주면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의 소득세 세수는 3.7%다. OECD 평균 8.6%에 비해 약 5%포인트 차이가 난다. (…) 부자가 덜 내기도 하지만 중산층과 그 이하 소득계층의 기여가 적은 것이 한국의 재정력을 이렇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과 그 아래 소득계층의 부담과 기여가 이렇게 낮은 상태에서 높은 수준의 사회서비스와 복지를 구현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어렵다. (…) 사실 중산층 이하 계층의 부담은 부담이 아닐 수 있다. 여러 형태의 혜택으로 다시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따라서 국가가 제대로 된 비전으로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대상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권은 애써 이 문제를 외면한다. 몰라서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데다 올바른 비전을 제시할 능력도, 또 이를 바탕으로 중산층과 그 아래 소득계층의 양보와 인내를 이끌어 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만있기나 하지 늘 뭘 더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러면서 부자 증세에 법인세 인상, 그리고 지출구조 합리화와 감면 축소 등 그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는 수단들을 나열하고 있다. 한마디로 비겁하다.”

-복지재정과 비겁한 정치(동아일보 기명 칼럼ㆍ김병준 객원논설위원(국민대 교수)) ☞ 전문 보기

차두리 선수가 지난달 31일 열린 뉴질랜드와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경기 하프 타임 때 가진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과거 출전 경기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연합뉴스
차두리 선수가 지난달 31일 열린 뉴질랜드와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경기 하프 타임 때 가진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과거 출전 경기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란 벽을 넘진 못했다. 하지만 다르게 극복했다. 세습된 자본을 공유하는 방식으로다.

“청년 백수 100만 명 시대, 썰렁한 농담이 떠돈다. 백수청년에게 “네 꿈이 뭐냐”고 물었다. “재벌 2세요!” 그런데 뭐가 문제니? 답은 명료했다. “아버지가 노력을 안 해요.” (…) 기죽은 시대 팔팔한 청춘을 보여준 우리의 로봇 차두리의 돌진에도 세습자본의 이중 시그널이 어른거린다. 흑표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건장한 체격과 축구라는 운명적 팔자가 하나다. 축구의 신화를 아버지로 둔 차두리는 말하자면 축구 재벌 2세다. (…) 분데스리가 벤치에 앉아봤고, 2군으로 강등되기도 했고, 태극전사 명단에도 탈락했던 아들은 인정투쟁에서 졌다. 그런데 이걸 알아야 한다. 세기의 스타 아버지가 갖지 못한 특별한 재능과 자질을 가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화려한 아버지는 후배 선수를 챙기지 못했다. 전위를 지키는 스타는 후방 선수의 서러움을 알지 못한다. 차두리는 후배들을 챙겼다. (…) 손흥민, 기성룡이 우뚝 선 배경에는 차두리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아버지의 장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의 한계’를 넘은 것이다. (…) 청년백수들이 자신의 처지를 자꾸 세습자본 탓으로 돌리게 되는 이유는 기성세대가 쳐놓은 장벽 때문이다. (…) 필자를 포함해 우리들이 한 짓은 겨우 진입한 지배층 영토를 수호하느라 사다리를 걷어찬 것뿐이었다. 자기 가계의 세습자본은 늘렸지만 사회적 세습자본의 곳간은 텅 비었다. (…) ‘아버지가 노력을 안 해요!’를 달리 풀면 사회적 공유자본 쌓기를 내팽개친 기성세대의 극단적 무책임일 것이다. (…) 아버지세대의 독점유전자 앞에서 청년세대는 골병이 들었다. (…) 그래도 이 이기적 유전자는 무너져야 한다. 무너뜨려야 한다. 아버지세대에 대한 반역, 차두리의 눈물은 유전적 한계와 세습의 질곡을 넘어 맺힌 진주였다.”

-차두리의 눈물(중앙일보 기명 칼럼ㆍ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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