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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도움의 손길 거둘 수 없어요

입력
2015.04.0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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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앓는 8세 손자 이름으로 케냐 어린이 4년째 후원 이어가

희귀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케냐의 아동을 꾸준히 돕고 있는 박의성 군(가운데)과 조부모 박병천(오른쪽) 이혜재 부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희귀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케냐의 아동을 꾸준히 돕고 있는 박의성 군(가운데)과 조부모 박병천(오른쪽) 이혜재 부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할아버지 빨리 나으라고 걱정해주던 기특한 손자인데… 이제는 제 몸도 가누지를 못하네요. 아프리카 아동 후원방송을 보다가 더 어려운 환경의 케냐 어린이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당시 말을 할 수 있던 의성이가 좋다고 해서 의성이 이름으로 돕고 있습니다.”

희귀난치성질환인 할러포르덴 스파츠 병을 앓고 있는 서울 잠일초 2학년 박의성(8)군의 할아버지 할머니인 박병천(73) 이혜재(66) 부부는 2011년부터 의성이의 이름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매달 3만원씩을 후원하고 있다. 할러포르덴 스파츠 병은 전세계에서 환자가 500명이 안될 정도로 희귀병이지만 온 몸에 근육이 굳어지면서 극심한 고통이 수반되는데 원인을 몰라 치료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의성이의 도움을 받고 있는 케냐 아동은 의성이보다 세 살 많은 형인 미카엘 음완간기 군이다. 의성이 가족은 힘든 상황에서 의성이처럼 할머니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미카엘군을 돕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가끔가다 미카엘이 빨리 커서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고 의성이도 나으면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도한다”고 했다.

의성이가 네 살 때인 2010년이 되어서야 가족들은 의성이가 희귀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발달이 늦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종합병원을 다니면서 할러포르덴 스파츠 병 확진을 받았다. 사실 의성이 치료비로도 많게는 월 100만원까지 들 때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이 질환에 대해서도 의료혜택을 받게 되면서 그나마 치료비는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의성이의 상태도 급속하게 악화돼 현재는 혀근육이 마비되면서 말도 잘 하지 못하게 됐고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씨는“정말 너무 힘들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그때 잠깐 지원을 중단했는데 이를 알게 된 부인이 우리가 지원하지 않으면 그 애는 얼마나 힘들겠냐고 화를 내 곧바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도 24시간 의성이만 붙들고 있기에는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황. 의성이가 잠이 드는 데만도 2시간 정도 걸린다. 혼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정부가 활동보조인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활동보조인의 시급이 장애 정도와 관계없이 똑같기 때문에 의성이를 맡아줄 활동보조인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은 친척 누나가 활동보조인 교육을 받고 의성이를 돌봐주고 있지만 곧 해외연수를 갈 상황이라 이들 부부에겐 또 걱정거리가 생겼다.

“특히 한부모 가정에서는 장애아동을 돌볼 때 맡길 때도 없고 엄마든 아빠든 직장을 갖기도 어렵습니다. 어떤 집은 본인의 장애아동을 활동보조인에게 맡기고 다른 장애아동을 돌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물론 정부에서 선정을 잘 해야겠지만 한부모 일 때는 부모도 활동보조인 자격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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