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30명 함께 시장 면담 요구
"현대차 기여금 강남구에만 써야"
6일 오전 10시쯤 서울 시청사 1층엔 머리와 어깨에 띠를 두른 강남구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강남구 주민자치위원회 협의회장 등 주민 30여명은 그대로 로비에 앉아 “서울시는 강남구와 협의하지 않은 개발 계획을 중단하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고성으로 구호를 외치는 동안 함께 온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정효성 행정 제1부시장을 찾아 면담을 한 뒤 곧바로 다른 주민 7,8명과 함께 6층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로 몰려갔다. 시장 집무실 앞에서 시 직원들에 막힌 신 구청장과 주민들은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승강이를 벌였다. 결국 면담은 불발됐고 이들은 1시간 만에 철수했다.
서울시는 신 구청장과 강남구민들의 항의 방문을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현직 구청장이 관내 주민들과 함께 서울 시청사 안으로 난입해 사실상의 점검 농성을 벌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앞서 서울시가 동남권 마이스 개발과 관련해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변경해 열람 공고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코엑스 일대로만 지정돼 있던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종합운동장과 탄천일대 등 송파구까지 확장한 것이다. 이에 강남구는 한전부지 개발과 관련 현대자동차가 부담할 공공기여금을 강남구에만 한정해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도 강남구 측은 “서울시가 사전 협의 없이 지구단위계획 구역에 현대차 그룹의 공공기여를 강남구가 아닌 송파구 등 다른 지역에 사용하려 한다”며 “잠실종합운동장은 현행 국토계획법령상 지구단위계획에 포함할 수 없고 한전 부지 개발로 인한 실질적 피해는 강남주민이 당하는데 서울시가 무리하게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확장해 엉뚱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강남구의 주장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박한다. 권해윤 서울시 동남권공공개발추진단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한전 부지 개발에 따른 사전협상,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등은 관련법령 및 조례에 따라 도시관리계획 결정자인 서울시장의 권한이라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8일 코엑스 일대와 잠실운동장 부지를 포함한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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