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영토 인식이 내년부터 일본 중학교에서 사용될 사회과 교과서 대부분에 실린다는 소식이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감정 갈등악화가 우선 우려된다. 또한 교과서 개악에 일본 정부가 사실상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과의 관계개선 희망을 밝혀온 일본 정부의 진의가 의심스럽다.
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가 어제 확정한 검정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역사(8종) 공민(일반사회ㆍ6종) 지리(4종) 등 모두 18종의 교과서에 독도 관련 기술이 담겼고, 내용도 한결 도발적으로 바뀌었다. 2011년 검정을 통과한 현재의 사회과 교과서 18종 가운데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기술을 담은 교과서가 9종에서 15종으로, ‘한국의 독도 불법 점거’ 주장을 담은 교과서가 4종에서 13종으로 각각 크게 늘었다. 특히 역사교과서는 8종 모두에 1905년 일본이 독도를 자국령으로 편입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지난해 4월 검정을 거친 초등학교 5ㆍ6학년 사회교과서 모두에는 ‘한국의 독도 불법 점거’ 기술이 실려 있다. 따라서 이런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는 현재의 초등학교 5ㆍ6학년은 중ㆍ고교에서 같은 내용의 학습을 되풀이하게 된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춘기 전후에 ‘일본 고유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배울 경우 이들이 어떤 영토 감정과 대한(對韓) 인식을 갖게 될지는 거의 불을 보는 듯하다. 물론 그렇다고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고유영토라는 사실, 무엇보다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현실이 달라질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다.
이번 교과서 개악은 독도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책임을 흐리는 등 과거사를 미화하려는 흔적을 곳곳에 남겼다. 일부 역사교과서는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경찰ㆍ군대ㆍ자경단에 의해 살해된 조선인이 수천 명’이라는 내용을 ‘수천 명이란 말도 있지만 숫자에 대해서는 통설이 없다’로 수정해 검정을 통과했다. 난징(南京)대학살(1937~38년)에 대해서도 ‘다수의 포로와 주민을 살해했다’를 ‘포로와 주민이 연루된 다수 사상자’로 바꾸기도 했다.
이번 검정결과로 일본 정부의 틀에 박힌 해명은 무색해졌다. 한중 양국의 반발에 대해 일본은 으레 검정제도의 특성상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실상은 전혀 달랐다. 지난해 1월 개정된 교과서 검정기준 및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 영토’, ‘한국의 불법 점거’등을 명기하도록 했고, 근현대사의 ‘가해 책임 흐리기’를 시사하는 방침을 담아 이번 교과서 개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역사 정당화’ 작업이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책임은 크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냉각된 한일 관계의 회복에 힘써야 할 일본 정부의 말과 행동이 이리 달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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