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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무슨… 다시 연주하게 돼 축복, 젊은 예술가들 밀어주는 것이 내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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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무슨… 다시 연주하게 돼 축복, 젊은 예술가들 밀어주는 것이 내 임무"

입력
2015.04.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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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2년 만에 바이올린 연주회

지난해 자선연주회에서 세월호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헌정곡 ‘내 영혼 바람 되어’를 연주한 정경화는 “음악은 현실의 아픔을 감싸 주는 힘이 있다. 세월호만이 아니라 아픔이 있는 곳이 어디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J&C코퍼레이션 제공
지난해 자선연주회에서 세월호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헌정곡 ‘내 영혼 바람 되어’를 연주한 정경화는 “음악은 현실의 아픔을 감싸 주는 힘이 있다. 세월호만이 아니라 아픔이 있는 곳이 어디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J&C코퍼레이션 제공

지난 1일 오전 10시. KBS FM 라디오 ‘장일범의 가정 음악’에 초대손님으로 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갑자기 중대발표를 선언했다. “이제 은퇴를 할까합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15일 도쿄 산토리홀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어 더 충격적이었다. 진행자 장일범씨가 머뭇거리는 사이, 그녀가 웃었다. “만우절이잖아요.” 그의 만우절 장난은, 팬들이 신속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나르며 올해 만우절의 최대 해프닝이 됐다.

6일 서울 평창동에서 만난 정씨는 아이처럼 웃었다. “은퇴는 저절로 됐잖아요? 지난 5년 동안. 손가락 부상으로 너무 많이 쉬었기 때문에, 지금 다시 연주하는 게 아주 큰 축복이라 생각해요.”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가 이달 말 고국에서 2년 만에 리사이틀을 연다.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인한 5년여 간의 공백기를 딛고 2011년 돌아와 전성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펴온 그는 28일과 30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정경화: 불멸의 바이올린’이라는 부제를 달고 베토벤 소나타 공연을 펼친다. 정씨는 “이렇게 기적적으로 나아 다시 연주를 하게 된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저는 지금 꿈속에서 살고 있다”고 감회를 밝혔다.

28일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제9번 ‘크로이처’를 중심으로 제5번 ‘스프링’과 제7번을 선보이고, 30일에는 ‘크로이처’와 함께 포레와 그리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한다. 정경화가 베토벤 소나타만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정씨는 “성경을 읽을 때 20~30대와 50~60대에 다르게 터득하듯 ‘크로이처’를 20대 젊은 시절 연주하던 때와 70대를 바라보는 지금 연주하는 건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악보에 담긴 작곡가의 의도를 소화시켜 연주하는 건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절대 쉬워지지 않습니다. 음악의 마술적 힘을 살려 관중에게 들려줄 수 있기까지 깊이 고민을 하죠.” 손가락을 다친 후에는 연습량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악보를 보며 “지휘자처럼” 연습하는 방법도 터득했다고 덧붙였다.

손을 다친 후 신이 자신에게 준 소명이 무언가를 고민했다는 그는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교수로 재능있는 젊은 예술가들을 키우는 데 열심이다. 그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힘이 되도록 밀어주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매니지먼트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연주 기회도 마련해주고 있다. 조만간 공식적으로 발표할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현정 서울시향 전 대표 사태 이후 논란의 중심이 된 정명훈 예술감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정명훈을 친동생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존경한다”면서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의 소리가 바뀐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지휘자인지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 수준으로 성장한 서울시향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앞으로 베토벤 전곡 시리즈는 물론 이르면 내년께 슈베르트 전곡 음반 발매와 리사이틀도 할 계획이다. “다시 연주할 수 있게 된 게 기적인 제게 은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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