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기시장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기존 강자를 위협하는 ‘현대화’(現代化)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런데 이 신문이 지칭한 현대화는 ‘모더나이제이션’(Modernization) 아닌 ‘현다이제이션’(Hyundaization)이다. 한국의 현대ㆍ기아차가 선진국의 독무대였던 세계 자동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처럼, 무기시장에서도 신흥국의 거센 도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디펜스 인더스트리 데일리’의 조 카츠먼 명예 에디터는 5일 WSJ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등 새로운 방산 수출국의 입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와 폴란드가 최신식 자주포를 미국과 독일이 아닌 한국 삼성테크윈에서 사들였으며, 대우조선해양이 영국 해군 군수지원함을 건조 중인 사실을 소개했다. 또 한국항공우주(KAI)가 이라크와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TA-50과 FA-50 공격기를 수출한 사실도 덧붙였다.
카츠먼 에디터는 한국 무기의 경쟁력을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품질’에서 찾았다. 미군 군수업계가 생산하는 전투기 가운데 가장 싼 기종은 F-16이지만, 한국이나 파키스탄에서는 그 보다 33~55%나 싼 전투기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심지어 브라질 A-29 슈퍼 투스카노 기종은 F-16보다 67%나 값이 싸다”고 밝혔다.
정밀 타격 무기분야에서도 미국과 서방 선진국의 시장 장악력이 감소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터키가 스텔스 성능을 지닌 크루즈 미사일을 개발했고, 인도는 위성항법장치(GPS) 유도를 받는 브라모스 대함 미사일을 무기화했는데 이는 미국 보잉사의 제이담(JDAM) 미사일과 유사하다.
카츠먼 에디터는 세계 군수산업에서 미국 입지가 좁아진 배경을 알려면 한국 현대ㆍ기아차의 성장 과정이 함축된 ‘현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자동차 산업의 기술 확산을 지렛대로 삼아 값싼 노동력 등을 내세워, 성능은 선발 업체에 뒤지지 않지만 가격은 훨씬 싼 제품을 만들어냈다. 카츠먼 에디터는 “2001년만 해도 현대ㆍ기아차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했지만 이제는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이 이들의 성공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츠먼 에디터는 “미국 등 서방국가가 세계 무기시장의 ‘현대화’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신흥국의) 제한된 투자여력, 정치적 변수가 개입되는 무기구매 과정의 특징, 판매한 무기에 대한 사후 품질보장 등 다양한 변수를 적절히 활용하면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