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모터쇼와 격차 여전히 커
세계 최초 공개 모델 7종 모두 국산
콘셉트카 선보인 수입업체 극소수
서울 모터쇼만의 차별화 모색해야
신차 57종 포함 370대로 역대 최대
친환경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 포르쉐·마세라티 고성능차는 눈길
10회째를 맞은 ‘서울모터쇼’가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했다. 국내외 32개 완성차 업체가 신차 57종을 비롯해 차량 370대를 출품한 역대 최대 규모 행사다. 세계 최초 공개 차량이 7종이고 체험형 프로그램도 풍성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메이저 모터쇼와 격차가 크다”는 탄식이 나온다.
친환경ㆍ고성능ㆍ고연비가 대세
완성차 업체들이 서울모터쇼에 전시한 차량들은 세 가지 키워드를 공유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확고히 자리잡은 친환경, 고성능, 고연비다.
친환경차의 대표주자는 하이브리드와 외부충전이 가능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PHEV)’다. 현대자동차가 아시아에서 최초 공개한 ‘쏘나타 PHEV’를 비롯해 BMW가 지난달 말 시장에 내놓은 2억원 상당의 스포츠카 ‘i8’, 폭스바겐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골프 GTE’, 아우디의 ‘A3 스포트백 e-트론’ 등이 모두 PHEV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첫 번째 PHEV인 ‘더 뉴 S500 PHEV’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고, 토요타는 ‘프리우스 PHV’와 함께 수소연료전지차(FCV)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토요타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매혹적인 스포츠카 ‘LF-LC’도 하이브리드차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프랑스 르노의 프로토타입(시제품) PHEV ‘이오랩’을 아시아 시장에 데뷔시켰다.
PHEV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차의 절반 이하로 친환경적이면서 높은 연료 효율성을 자랑한다. 이오랩은 유럽 연비기준으로 ℓ당 100㎞를 달릴 수 있고, 럭셔리 세단을 표방한 더 뉴 S500 PHEV의 연비도 ℓ당 35.7㎞(유럽기준)에 이른다.
한국을 찾은 고성능차들도 즐비하다. 렉서스가 곧 국내 출시하는 ‘RC F’는 8기통 5,000㏄ 자연흡기 엔진으로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최고출력 467마력을 자랑한다. 폭스바겐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골프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델 '골프 R’을 선보였다. BMW의 고성능모델 M시리즈, 250대만 한정생산해 국내에서 7대만 판매하는 재규어의 ‘F-TYPE 프로젝트7’ 등도 눈길을 끈다. 슈퍼카 중에서는 포르쉐가 전설적 스포츠카 ‘911 타르가’ 탄생 50주년 기념 모델인 ‘911 타르가 4 GTS’를, 마세라티는 콘셉트카 ‘마세라티 알피에리’를 공개하며 모터쇼장을 달궜다.
국제수준에 미치지 못한 전시회
서울모터쇼는 우리나라 최대의 종합산업전시회이자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가 공인한 국내 유일의 국제 모터쇼다. 하지만 그동안 레이싱 모델들의 과도한 노출 논란, 수입차들의 소극적 참여 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해 눈총을 받았다.
이번 서울모터쇼도 출품 차종들의 면면은 화려해도 새로운 게 없다는 의견들이 있다. 신차만 따지면 세계 최초 공개 모델은 기아자동차의 ‘신형 K5’, 한국지엠(GM)의 차세대 ‘쉐보레 스파크’, 현대자동차의 도심형 크로스오버 콘셉트카 ‘엔듀로’, 쌍용자동차의 차세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 ‘XAV’ 등 7종이 모두 국산차다.
‘아시아 최초 공개’나 ‘국내 최초 공개’란 설명이 붙은 수입차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제네바모터쇼, 파리모터쇼 등 메이저 모터쇼들을 두루 거치며 널리 알린 뒤 이제서야 한국에 상륙한 모델들이다. 기술력의 척도인 컨셉트카를 선보인 수입차업체는 극소수다. 새롭기보다 당장 국내 시장에서 팔아야 하는 차들이 대부분 전면에 나선 셈이다.
기술개발과 자동차산업 육성이 모터쇼의 양 축인데 서울모터쇼는 기술보다 산업적 측면이 강하다. 올해도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자율주행이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커넥티드 카’ 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서울 강남 주차장에서도 볼 수 있는 수입차들이 대거 전시됐다”고 평했다.
이렇다보니 서울모터쇼는 제네바ㆍ파리ㆍ디트로이트ㆍ푸랑크푸르트 등 메이저 모터쇼는 물론 내수시장의 차원이 다른 중국 베이징모터쇼에도 뒤처진다. 규모 면에서 OICA 미공인 모터쇼인 상하이모터쇼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크라이슬러와 볼보자동차, 람보르기니의 서울모터쇼 불참도 이런 배경과 관련 있다. 한국타이어를 비롯한 국내 타이어 3사도 타이어 내수시장 비중이 적다는 이유로 서울모터쇼를 외면하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체험 프로그램 비중이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만 수입차들의 소극적 참여는 아쉽다”며 “앞으로 서울모터쇼 방향 설정이 중요한 시점인데, 우리가 가진 모바일과 IT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다른 모터쇼들과 차별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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