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거래건수와 신고액 뿐
모집공고 당시 분양가 정보 없어
다운계약으로 허위신고 가능성도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51)씨는 최근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청실(올해 9월 입주)의 분양권을 사기 위해 서울시가 1일부터 공개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권 실거래가 내역을 살펴봤다. 전용면적 84㎡의 가장 최근(3월6일) 분양권 가격은 12억407만원. 그런데 최초 분양가가 나와있지 않다 보니 웃돈(프리미엄)이 얼마나 붙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 정보를 가지고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갔다가 더 혼란스러워졌다. 중개업소 사장은 “위치가 강남인데다 인기 면적이라 전망 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매도자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이 때문에 올 들어 꾸준히 13억5,000만~14억2,000만원 수준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적잖은 도움이 되긴 하지만, 공개 내역을 100% 믿을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아파트 분양권 실거래 가격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깜깜이 거래’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분양권 거래가 보다 투명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공개 범위가 각 자치구의 월별 거래 건수와 신고 금액 뿐이어서 정작 웃돈 규모를 알 수 없고, 다운계약서를 바탕으로 한 거래 등 허위신고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 높은 관심에 비해 실효성은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부터 서울 부동산 통계 사이트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2007년 6월 29일 신고분부터 분양권ㆍ입주권 거래량과 실거래가를 공개 중이다. 그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기존 주택의 실거래가 자료만 공개해왔다.
제도 시행 자체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시장에서 분양권 거래는 계속 이뤄져 왔는데 통계가 없어 투명하지 못한 거래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좋은 시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입주자 모집공고 당시의 면적별 층별 분양가 정보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최초 분양가격을 별도로 알아보지 않으면 웃돈 규모를 알 수가 없다. 일례로 강남권에서 인기 높은 대치동 대치청실1차 전용면적 94㎡의 3월 실거래가는 15억2,981만원이지만, 얼마나 웃돈이 형성됐는지는 정보가 없다. 이 아파트의 2013년 11월 분양 당시 가격이 11억8,400만원이었다는 걸 알아야 실제 웃돈(3억4,581만원)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분석해 보면 강남구 논현동 아크로힐스 논현은 대략 5,600만원(전용면적 84㎡), 위례 신도시(위례 송파푸르지오, 위례 아이파크 1차 등)는 5,000만~8,000만원, 마곡지구(마곡 힐스테이트 등)는 5,000만원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확인된다.
더 큰 문제는 분양권 실거래가 자체의 신뢰성이다. 계약자가 거래가를 단순 등록하는 형식인데, 이를 증명하기 위해 별도로 거래내역이나 통장사본을 검증할 수 없는 탓에 허위신고를 잡아낼 길이 없다.
지난해 10월 분양 당시 3.3㎡ 당 평균 3,150만원이던 서초동 서초푸르지오써밋은 전용면적 84㎡의 경우 분양가가 평균 10억7,100만원이었는데 실거래가는 8억5,000만~9억4,500만원으로 더 낮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같은 전용면적(84㎡)인데 작년 5월 실거래가(22억원)가 올 1월(17억원)보다 5억원이나 높다. 113~179㎡ 등 다른 전용면적들이 지난해보다 올해의 실거래가가 더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다.
서울시는 차차 이런 문제점을 시정해 나가겠다는 입장. 서울시 관계자는 “통계를 쌓아 나가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여러 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다운계약서 등을 통한 허위신고를 잡아내 실거래가 공개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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