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사건 은폐 의혹" 野 공세
대법관 공백 사태 장기화 우려
7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앞두고 여야의 기싸움이 여전히 팽팽하다. 야당은 청문회를 개최하더라도 당력을 동원해 국회 본회의에서 박 후보자의 임명 동의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라 경우에 따라서는 대법관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축소ㆍ은폐하는데 동조했거나 방조ㆍ묵인 했는지 여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동안 ‘박 후보자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담당 검사로서 1차 수사 때 고문 경찰관 2명만 기소해 공범 3명의 존재를 고의로 축소ㆍ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청문회를 보이콧해 왔다. 야당이 청문회에 복귀하긴 했지만 당시 수사 및 재판 기록이 성실히 제출되지 않을 경우 야당은 청문회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청문회에 앞서 박완주·서영교 의원 등을 주포로 박 후보자의 과거 수사 추가 검증에 열을 올리며 사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주 “사건의 1차 수사 기록을 분석한 결과, 박 후보자가 고문경관이었던 강진규를 상대로 96차례 질문을 했지만, 이 중 60개는 박종철씨의 사망경위에 집중됐고 13개는 박씨의 신상 관련, 18개는 강 전 경관의 건강상태 등 사건과 무관한 질문만 했다”며 “박 후보자가 들끓는 당시 여론을 빨리 잠재우라는 상부의 지침에만 지극히 충실, 검사의 수사권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채 수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날을 세웠다.
박종철 사건 축소ㆍ은폐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서기호 정의당 의원도 ‘청문회 통과 절대 불가’ 방침을 외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서 의원은 “민주적 정당성 차원에서 박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정의당도 같은 입장을 가지고 지원할 계획인 만큼 이완구 총리 후보자 때처럼 쉽게 본회를 통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의 강경 대응 기조가 이어지자 새누리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자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홍조근정훈장을 받고 2005년 검사장 승진까지 한 이력을 지적, 사실상 과거 정부에서 박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해소됐음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는 등의 돌발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사실에 근거해 후보자의 역량을 검증하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도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새누리당이 먼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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