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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꿈 못이루고…' 장진호 前 진로회장, 中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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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꿈 못이루고…' 장진호 前 진로회장, 中서 사망

입력
2015.04.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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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건강악화… 사인은 심장마비

해외 도피 중이던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이 3일 중국 베이징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사진은 장 전 회장이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됐을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해외 도피 중이던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이 3일 중국 베이징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사진은 장 전 회장이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됐을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장진호(63ㆍ사진) 전 진로그룹 회장이 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10여 년 전 그룹이 공중 분해되고 분식회계 등 혐의로 집행 유예까지 선고 받자 해외로 건너 간 그는 재기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건강 악화와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유착으로 기업을 키웠다가 그 때문에 무너진 파란만장한 기업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베이징한인사회 등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지난 3일 오전7시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의 Y아파트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졌다. 병원 응급 구조팀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장 전 회장이 숨진 뒤였다. 한국에 있던 가족들은 곧 바로 중국으로 와, 장 전 회장의 시신을 확인한 뒤 인계했다. 가족들은 5일 베이징시 바바오산(八寶山)장례식장에서 장 전 회장을 화장했다. 장 전 회장 측은 가능한 한 빨리 한국에서 정식 장례 절차를 다시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전 회장은 그 동안 중국에서 재기를 위해 정보통신(IT)을 비롯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했다. 한 소식통은 “장 전 회장은 워낙 일을 좋아했고 오랫동안 기업을 경영해온 터라 중국에서도 검토하지 않은 사업이 없을 정도였다”며 “그러나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의 책상에는 항상 신사업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가 수북했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숨지기 하루 전인 지난 2일에도 주변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사업과 관련된 중국 현지 법에 대해 문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평소 그는 진로그룹이 공중 분해된 데에 대한 아쉬움을 자주 피력하곤 했다. 한 지인은“진로가 주인만 바뀌었을 뿐 지금도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장 전 회장의 속앓이는 더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전 회장이 집행유예 기간 중 외국으로 도피한 데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진로그룹의 창업자인 고 장학엽 회장의 뒤를 이어 1985년 32세의 나이로 진로 제2대 회장이 된 그는 1997년까진 공격 경영으로 재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유통업과 건설업에 진출하며 영역을 키웠고, 94년에는‘카스’를 출시, 소주(참이슬)에 이어 맥주 업계에도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카스는 OB에, 참이슬은 하이트로 넘어가 국내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계열사를 무리하게 늘리며 유동성 위기에 처했고 결국 97년 7월 외환위기 직전 부도를 맞았다. 2003년 진로그룹은 계열사 분할 매각 등의 과정을 통해서 공중 분해됐다. 대주주인 장 전 회장은 2004년 법원의 정리계획안 인가에 따라 진로 지분 전량이 소각되면서 진로와 인연을 끊어야 했다. 그는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분식회계와 비자금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그가 진로건설 등 계열사에 6,300억원을 부당지원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5,500억원을 사기 대출 받았다고 적시했다. 이에 장 전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이던 2005년 캄보디아로 도피했고 2010년에는 다시 중국으로 이동했다. 한때 재계의 촉망을 받았던 장 전 회장은 외국에서 10여년 간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결국 베이징에서 ‘비운의 황태자’의 삶을 마쳤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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