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無 공장 전략 활용하라”
미국의 IT 결제업체 스퀘어는 2010년 스마트폰 전용 카드리더기를 개발했다. USB와 비슷한 2.5㎠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인 카드리더기를 스마트폰의 이어폰 삽입구에 꽂으면 바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 수백 만원 하는 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 가맹수수료도 2.7%로 현지 일반 카드사보다 저렴하다. 당시 스퀘어는 급팽창하던 스마트폰 시장을 보고 간편하며 호환이 가능한 모바일 결제시스템 사업을 구상했다.
재미있는 점은 제조업이지만 공장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심천의 ‘PCH 인터내셔널’이란 업체에 의뢰해 제품을 만든다. 제작원가도 제품 1개당 1달러 미만이라 상인들에게 수십 만개를 무료 배포했다. 덕분에 가맹점이 2011년 100만개에서 2012년 300만개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결제규모도 2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5배 확대됐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사용하는 ‘무(無)공장 제조’ 전략을 국내 중소기업들도 적극 활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공장 제조 전략은 제품 생산을 외부 업체에 맡기고 상품기획, 연구개발(R&D), 디자인 등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승부를 거는 방법이다.
특히 전자, 정보기술(IT), 의류, 식품 등 기술 격차가 크지 않고 부품 모듈화가 상당 부분 진전된 분야에서 이 전략을 활용해 기존 기술과 부품을 다르게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5일 공개한 ‘무공장 제조기업의 부상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확산되는 무공장 제조는 상품기획, R&D, 디자인에 집중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극단적 분업화 시대를 대변하는 무공장 제조기업은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전 생산 과정에 통제권을 행사하며 전통적 제조기업보다 혁신성과 R&D가 강조된점이 특징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무공장 제조기업은 급격히 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선정하는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제조업체는 2002년 239개에서 2012년 225개로 6% 감소했으나 무공장 제조기업은 67개에서 105개로 57% 급증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무공장 제조기업들은 주로 해외 생산시설에 대한 정보 부족과 생산관리 문제, 제조시설 미등록에 따른 지원 배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련 정보 구축을 통한 매칭 지원과 함께 무공장 제조기업도 지적재산권을 평가해 기존 제조업체 수준으로 지원하는 탄력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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