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등 금융당국의 부분적 부채 구조조정 시도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전반적 위험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주택대출) 규제완화에 저금리가 맞물려 지난해 하반기 이래 부채 총량이 급증, 위험 관리책만으로 위험요인 확대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30대 주택대출 급증세만 해도 그렇다. 어제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대출 가운데 39세 이하 대출잔액이 지난해 2월 44조4,000억원에서 올 2월 54조8,000억원으로 1년 새 23.6%나 늘었다. 이는 40대 주택대출 잔액 증가율 11.6%는 물론, 50대(7.9%)와 60대 이상(7.7%)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30대가 주택 구매의 주력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세난에 쫓긴 30대의 ‘빚 내서 집 사기’는 가처분소득 감소는 물론, 앞으로 예상되는 금리 상승 때는 적잖은 위험요인이 되리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정부는 국내 가계부채가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위험 ‘취약 고리’가 있긴 하지만, 지난해 기준 전체 부채의 70% 가량이 소득 상위 40%에 집중돼 있고, 고정금리 및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도 각각 25% 내외에 이를 정도로 건전하다는 게 근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 가계부채는 가까스로 유지되는 부동산 경기와 저금리라는 두 축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 축 중 하나만 흔들려도 매우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전반적 위험은 차치하고라도, 가계부채 ‘취약 고리’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정부는 주택대출 규제완화로 비은행금융권의 고금리 가계부채 일부가 저금리 은행권으로 전환되는 부채 구조조정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재성 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 계층의 경우, 주택대출 규제완화가 이루어진 지난해 8월 이후 은행권은 물론 비은행금융권의 대출도 함께 증가해 취약계층의 부채상황이 오히려 악화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정부 역시 ‘취약 고리’를 감안한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안심전환대출 마감 후 “서민금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등 취약계층 대상 정책금융의 개편 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대책이 부동산 부양책의 후순위로 떠밀려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한 전반적 위험관리는 표류하기 쉽다. ‘땜질 처방’을 넘는 근본적 정책전환이 검토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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