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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인들 전쟁 이후에 태어나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것 이해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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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인들 전쟁 이후에 태어나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것 이해못해"

입력
2015.04.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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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다 가나메(98).
하라다 가나메(98).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자살특공대 전투기 ‘제로센’의 조종사였던 하라다 가나메(98)씨가 최근 강연에서 다시 한 번 전쟁의 참상을 증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하라다씨가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반전 강연에서 “인생 마지막 사명은 내 참전 경험담을 널리 알려 일본이 다시는 전쟁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에게 내 전쟁의 공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전투기 19대를 격추시킨 전설적인 조종사다.

이날 딸의 부축을 받고 강단 위로 올라선 하라다씨는 직접 그린 전쟁 지도와 참전 당시의 젊은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가죽재킷을 입은 사진 속 조종사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에서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간 흔적이 역력한 주름진 얼굴의 노병, 하라다씨는 “전쟁만큼 두려운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쇠약해 곧 바스러질 듯 했지만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활기 넘쳤다. 표정도 부드럽고 온화했다. 이내 진주만 작전, 미드웨이 해전, 과달카날 상륙작전에 대한 참전 경험담이 90분간 이어졌다.

강연이 끝난 후 하라다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현존하는 “마지막 제로센 파이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후 전투를 할 때 어떻게 상대 전투기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 기관총을 난사 했는지, 얼마나 상대 전투기와 가까이 날았는지를 설명했다.

하라다씨는 “나는 아직도 내가 죽인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혹은 아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증오하거나 그들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쟁은 당신을 낯선 사람을 죽이거나 아니면 낯선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는 상황에 강제로 몰아 넣는다”며 “그것이 전쟁이 당신으로부터 인간성을 빼앗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하라다씨는 이어 “일본 정치인들은 전쟁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하라다씨는 1942년 교전 중 자신이 몰던 전투기가 과달카날의 한 섬에 추락했지만 정글 위로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대신 다신 조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팔을 크게 다친 그는 일본으로 귀국해 조종사 훈련 업무를 맡았다. 전쟁의 후유증은 오래 갔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잠시 낙농업에 종사한 적도 있었는데 밤마다 자신이 죽인 미국 조종사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그는 1965년 나가노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면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치면서 양심의 가책을 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라다씨가 반전 강연을 하게 된 계기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일본 아이들이 폭탄을 비디오게임 수준으로 피상적으로 묘사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충격을 받은 후였다. 이후 그는 지난해 탈진 때문에 강연 횟수를 줄인 것을 제외하고는 최근 몇 년간 연간 수십 회씩 강연을 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후두암 진단을 받고도 후대에 전쟁의 비극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확신은 더 강해졌다.

나가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다카시 가쓰야마(54)는 “나는 전쟁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학교에서 배운 적도 누군가에게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일본은 진짜 전쟁 경험을 더 많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라다씨는 강연 말미에 “절대로 잊지 않는 것이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을 전쟁의 공포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이라며 “나는 죽을 때까지 내가 본 것을 증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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