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루떼루' '담'등 한국 수상작
佛·獨출판사 상담 문의 이어져
전시관 중 전자출판관 가장 활기
"한국 그림책을 전자책 콘텐츠로 구현 방식 등 다양화 힘써야"
50주년을 맞은 볼로냐아동도서전이 2일 막을 내렸다. 전세계 어린이책 출판의 흐름과 전망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 현장에서 한동안 구매자이기만 했던 한국은 올해 세계가 주목하는 그림책의 나라로 한번 더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10여년 전부터 볼로냐아동도서전이 선정하는 라가치상 수상,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같은 화제 이벤트의 중심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라가치상 전 부문에 6권의 수상작을 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운영한 한국관에 여러 출판사가 참여했지만, 그 바깥에서 한국 책을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10여명의 젊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은 공동으로 경비를 부담해서 용감하게 따로 부스를 내고 기획단계에 있는 자신들의 그림책을 전시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주로 영미권 출판사들이 있는 전시관에 전자출판 공동부스와 그림책 전시부스를 마련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가 ‘그림책 위로를 건네다’라는 테마로 주관한 전시는 31권의 따뜻한 그림책들과 2015년 라가치상 수상작들이 눈길을 끌었다. 수상작가인 ‘나의 작은 인형 상자’의 정유미씨와 ‘민들레는 민들레’ 오현경씨의 사인회가 열린 가운데 프랑스 갈리마르에서는 박연철 ‘떼루떼루’, 독일 피셔에서는 지경애 ‘담’에 대한 저작권 상담을 요청하는 등 문의도 이어졌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터키 러시아 이탈리아 등 유럽과 남미 국가들의 관심과 문의는 특히 고무적이었다. 캐나다 에이전시인 라이츠 팩토리에서 온 리디아 모에드는 “한국 그림책이 세계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 보이기도 했다.
볼로냐 전시장 전체에서 가장 활기를 띤 곳은 전자출판관으로 보였다. 20여개의 공동 부스 옆에 마련된 널찍한 디지털 카페에서 진행된 프리젠테이션은 늘 북적댔고 청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올해 처음 참여했다는 아이포트폴리오의 이종환 부사장은 볼로냐의 활기와 함께 가능성을 확신했다. 영국 옥스포드 출판사와 함께 ‘스핀들 북스’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그는 전자책의 영역과 역할에 대한 견해가 뚜렷했다. 종이책보다 더 큰 효용을 낼 수 있는 전자책 분야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교과서나 여행서처럼 전자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e-북이 아니라 북”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는 전자책의 자리도 좁다는 것이다.
제주대에서 컴퓨터와 스토리텔링을 가르치는 김한일 교수도 종이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자책 분야가 처음에는 기술개발에 치중했지만 이제는 콘텐츠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시된 한국 그림책에 매료된 그는 그 콘텐츠들의 구현 방식과 전달 통로를 다양화하고 효율화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볼로냐아동도서전의 기간은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4일이지만 3일째 이미 파장 기색이 보였다. 책에 대한 정보 교환이나 저작권 상담 방식이 달라졌으니 예전 같은 축제 분위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날 한국 그림책 부스를 찾아와 ‘숲으로 간 코끼리’(하재경 지음, 보림 발행)를 읽은 한 이탈리아 그림책 작가의 반응은 그 어떤 축제 분위기보다 더 우리 전시 담당자들을 고양시켰다. 신혜은 경동대 유아교육과 교수의 번역과 설명을 조용히 집중해 책을 읽은 그는 책장을 덮자 울음을 터뜨렸다. 울며 신 교수를 끌어안는 그녀를 보며 다른 사람들도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런 즉각적이고도 깊은 반응을 끌어내는 그림책의 힘이, 어려운 조건 아래에서도 그림책을 만들고, 연구하고, 읽기를 권하는 사람들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아닐까.
김서정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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