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고야드 일부 제품 20% 인하, 샤넬 일부 인기 제품 11~23% 내려
구찌·프라다 가격 낮은 신제품 내놔… 백화점들 봄 정기세일 파격 행사
좀처럼 가격 인하는 물론이고 할인조차 하지 않던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가격을 내리고 있다. 3일 일제히 올해 첫 세일을 시작한 국내 백화점들은 세일 품목의 대부분을 신상품이나 고가 제품들로 채웠다. 과거 철 지난 제품이나 중저가 제품 위주로 세일을 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명품 가격 인하와 백화점의 파격 세일은 전세계에 걸쳐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의 잡화 명품 브랜드 고야드는 이달 들어 판매 가격을 조정하면서 핸드백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평균 20% 인하했다. 168만~205만원에 판매되던 생루이백(라지 기준)은 134만~175만원으로 내렸고 하디백 기본색상 제품은 250만원에서 210만원, 스페셜 컬러 제품은 330만원에서 274만원으로 인하됐다.
1853년 프랑스에서 창업한 고야드는 여행용 트렁크로 시작해 핸드백, 지갑 등을 만드는 명품 업체다. 2007년 갤러리아백화점과 독점 판권 계약을 맺고 본점 명품관에 입점하며 국내 진출했다.
구찌 프라다 태그호이어 버버리 등 명품들의 가격 인하 바람은 콧대높은 프랑스의 패션업체 샤넬에서 시작됐다. 지난 10년 간 가격을 올리기만 하고 한 번도 내린 적 없는 샤넬도 지난달 일부 인기 제품의 백화점 판매가격을 11~23% 인하했다.
샤넬측은 유로화 약세에 따라 국가 간 30~40%씩 벌어진 가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한 백화점의 샤넬 매출 신장세는 2013년 17%에서 지난해 10%로 낮아졌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매출 신장률이 2012년 37%에서 2013년 9%대로 꺾였고 지난해에는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백화점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비 성향(가계 소득 대비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보다 0.4%포인트 하락한 72.9%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덩달아 백화점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 롯데백화점의 1~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3% 증가에 그쳤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3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오히려 각각 1.3%, 0.8% 감소했다.
따라서 백화점들은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함께 급격하게 위축된 매출을 끌어 올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에 백화점들은 봄 정기세일을 계기로 매출 부진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8개 의류 브랜드의 올 봄 신상품을 최대 80% 싸게 파는 ‘영캐주얼 5대 그룹 패밀리 대전’을 시작했다. 봄이 시작되는 4월은 신상품이 많이 팔려 백화점 입장에서 신상품 세일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세일 물량도 지난해보다 20억원 늘어난 70억원 규모다.
롯데백화점은 점포나 브랜드 차원이 아닌 최초로 전국 모든 점포에서 동시에 세일을 진행한다. 5일까지 9개품목에 걸쳐 최대 68% 할인하는 ‘초특가 기획전’으로, 고가 제품부터 중저가까지 다양하게 걸쳐있다. 이완신 롯데백화점 마케팅 부문장은 “할인폭이 역대 최대 규모인 세일을 기획해 첫 날부터 소비자를 사로 잡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며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세일 분위기를 이어가 매출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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