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저성과자 해고' 놓고 갈등
"해고 쉽게 하고 월급 깎겠다는 것
노동시장 이중구조 더 악화" 반발
한국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협상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대타협 시한을 지키지 못한 데 이어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참여한 한국노총마저 대화 중단을 선언하면서 노사정 협상은 결렬 위기를 맞게 됐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3일 오후 재개될 예정이었던 노사정 대표자 4인 회의에 불참하며 “재계와 정부가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전달했다. 대타협 시한 마지막날 이었던 지난달 31일부터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일 노사정 대표자 4인 회의를 열어 핵심 쟁점을 조율해왔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현행 2년→4년) 불가 등 앞서 제시했던 ‘5대 수용 불가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 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대타협 협상을 시작했는데 재계와 정부는 임금 삭감, 정규직 해고 조건 완화 등 정반대 방향의 안만 제시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 노동계가 요구했던 사항을 받아들여 (합의를 위한)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줘야 하는데 오직 재계의 요구만 관철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도입 등 3대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던 노사정 협상이 끝내 결렬 위기로 치닫게 된 것은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문제를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기준과 절차를 명시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고집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높은 급여를 받는 정규직을 한번 뽑으면 문제가 있어도 60세 정년까지 해고할 수 없다”며 ‘정규직 과보호’ 완화를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로 지목해 왔다. 지금보다 정규직 해고가 쉬워져야 기업들이 청년 고용도 늘리고, 비정규직 규모도 줄어들 것이란 논리다. 정부는 지난해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도 이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노동계에는 ‘저성과자’ 기준이 모호해 이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며 반대해왔다. 강훈중 대변인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월급은 깎겠다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총은 정규직 해고 가이드라인에 유연한 입장인데 오히려 기재부가 너무 강하게 밀어 부쳐 지난 1일 어느 정도 진전됐던 논의가 2일 도로 후퇴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계속 불참 입장을 고수할 경우 노사정 대타협은 결렬될 가능성이 높지만 일각에선 한국노총이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대환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진의를 파악해보니 대타협을 결렬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음주 중반 쯤에는 국민들에게 유의미한 결과를 알려드리는 게 희망사항”이라고 밝혔다.
박병원 경총 회장도 “이번 대타협은 노사가 대립하는 상황이 아니라, 노사정이 힘을 모아 청년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기 위한 것인 만큼 노동계도 대승적인 자세로 임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국책연구원 전문가는 “노사정이 3대 현안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의견을 접근한 것만으로도 커다란 성과인데 정부가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가이드라인에 계속 집착한다면 대타협을 이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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