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관들 서명·의결 절차 때
연립파트너 공명당의 제동 우려
과거사 반성 수위 낮추기 '꼼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전후 70년 담화’를 각의결정(국무회의 의결)을 생략한 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돼 주목된다. 이렇게 되면 각료 전원이 서명ㆍ의결하는 절차를 피할 수 있어 과거사 반성 수위를 낮추기 위한 ‘꼼수’라는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아베 정권 핵심부는 장관들의 동의가 필요한 각의결정 에서 연립파트너 공명당이 제동을 거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각의결정에 집착하면 각 부문에 지적이 속출해 어정쩡한 메시지가 된다” “쓸데없는 조율을 피하기 위해 각의결정을 안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등등의 언급이 총리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전후 50년 담화를 추진할 때도 찬성하지 않으면 장관직에서 파면시킬 것이란 초강수를 두고서야 서명을 받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각의결정 여부와 관련 “총리가 판단할 것이다. 각의결정에 일장일단이 있다”고 밝혔다.
당장의 장애물은 공명당 소속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국토교통상이다. 사전조율 없는 각의결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도 “상식적으로 정부여당에서 합의가 형성된다”고 강조했고, 당 관계자는 “정부가 원안을 제출하기 전 각 당의 조정을 도모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과거사례를 검토중인 총리 주변에선 총리 메시지를 각의결정으로 내놓은 경우가 오히려 적다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는 2013년 야스쿠니 신사참배 때도 “중국, 한국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담화를 발표했지만 각의결정은 없었다. 각의결정은 대부분 내각 조정과 일왕의 외국방문에 관한 것들이었다.
문제는 전후 50주년 무라야마 담화와 60주년 고이즈미 담화 등 최근 10년 주기의 담화는 각의결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담화의 공신력과 정통성을 외면할 수 없는 아베 정권의 딜레마가 여기 있다. 또 내각총무관실에 따르면 각의결정 메시지는 ‘총리담화’로 불리고 그 외는 ‘총리의 담화’로 구별된다.
한편 일본정부는 이날 야당의원의 질문을 받고 “자위대(自衛隊)가 국제법상 일반적으로는 군대로서 다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서를 각의결정했다. 최근 아베 총리가 ‘우리군’이라 언급해 물의를 빚은 가운데 자위대가 군대란 정부견해를 공식 채택한 것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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