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이 타결됐다. 200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활동 보고의무 불이행을 제기하면서 이란과 서방 간 핵갈등이 불거진 지 12년, 2013년 10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의 하산 로하니 이란 정부와의 첫 협상이 시작된 지 1년 6개월만이다. 이란 핵문제는 중동은 물론, 국제사회의 최대 불안요소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협상 타결은 정치 경제 안보 등 국제 지정학적 구도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명국인 이란의 핵프로그램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안정성을 되찾은 것도 성과다. 특히 북한 핵문제를 짊어지고 있는 우리로선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당위성이 더욱 커졌다.
타결 내용은 예상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협상을 주도한 미국과 이란은 서로 실리와 명분을 주고받으며, 불안하게 바라보던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불식시켰다. 무엇보다 핵권리를 상당부분 포기한 이란의 양보가 돋보인다.
양측은 이란의 원심분리기를 10년 간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보유하고 있는 1만㎏의 저농축우라늄(LEU)도 300㎏으로 감축하는 한편, 우라늄 농축목적의 시설을 새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이를 보증하기 위해 IAEA가 이란의 모든 핵시설과 활동을 사찰한다는데도 합의했다. 나탄즈와 포르도 등 대표적인 핵시설은 물론,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파르친 군기지 등도 사찰 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우라늄 저농축 활동은 제한적으로 인정해 이란의 평화로운 핵주권은 보장했다. 미국 등 서방은 6월30일 이행방법 등 세부사항까지 조율된 최종합의안이 마련되는 시점에 맞춰 유엔의 대이란 제재를 먼저 풀고, 순차적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도 해제키로 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의 국제원유시장 복귀가 예상되면서 원유가가 출렁거리는가 하면 중동 최대인구국인 이란 내수시장을 겨냥한 건설ㆍ플랜트, 정유ㆍ석유화학, 금융 등 이란 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란이 중동 내 세 번째 수출국인 우리에게도 희소식이다.
2009년 취임 전 “적과도 악수하겠다”고 공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큰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핵 없는 세상’이 또 하나의 큰 걸음을 뗐다. 그러나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중동맹주를 꿈꾸는 이란의 국제무대 등장은 또 다른 갈등을 부를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 이란의 역내 라이벌이자 수니파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핵프로그램에 완강히 반대해온 이스라엘의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