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금리 1%대로 급락
지방·특수은행 일부 상품만 2%대
은행권에선 거의 찾기 힘들어
기준금리 추가 인하 하기 전인 2월엔 신규가입 70%가 연 2%대
석 달 간 정기예금 20조원 빠져나가… 2금융권 3~4% 금리가 로또 대접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입출금 계좌의 예금 가운데 1,000만원을 정기예금으로 옮기기 위해 최근 KB국민은행의 한 지점을 방문했다. 은행의 상담원이 제시한 금리는 연 1.8% 수준. 금액이 많으면 금리를 더 우대해줄 수 있고,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1.95%까지 혜택을 주겠다는 얘기도 했다. 2%도 안 되는 금리에 실망한 그는 인근의 신한은행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별반 차이가 없었다. 신한은행은 1년 기준으로 고시된 금리가 1.48%까지 떨어졌지만, 온라인 가입으로 하면 1.7%까지 보장해주겠다고 했다. 김씨는 “수시로 돈을 입출금할 수 있는 계좌에 1,000만원을 입금해두면 이자가 1년에 2만원인데 정기예금으로 묶어놔도 이자가 10만원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다른 상품을 알아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금금리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은행에서 고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특판이나 이벤트 상품조차 금리가 연 1%대에 머물고 있다. ‘특판’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 ‘원금 보장’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오직 은행 예ㆍ적금만 고수해왔던 보수적인 고객들의 고민도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30일까지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개인에게 최고 연 1.95%의 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인다고 2일 밝혔다. 이 상품의 원래 금리는 1.65%.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금리가 2%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우리은행이 전날 발표한 ‘강한 우리한새 정기예금’도 기본금리 연 1.80%에 농구단이 다음 시즌 통합우승할 경우 0.1%포인트를 우대해준다. 우리주거래통장이나 스마트뱅킹에 가입하는 경우 0.05%포인트를 추가로 받지만 이를 합해도 2%를 넘지 않는다.
특판 예금이 이 정도니 이제 은행권에서 연 2%대 금리의 정기예금은 거의 찾기 힘든 수준이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예금’과 ‘주거래고객우대정기예금’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1.4% 수준이다. 농협은행의 ‘채움정기예금’과 ‘왈츠회전예금2’는 지난달 30일 1년 정기예금 금리가 1.75%와 1.71%에서 이날 1.66%와 1.67%로 떨어졌다. 하나은행의 ‘고단위플러스 금리확정형’과 신한은행의 ‘신한S드림 정기예금’ 역시 1년 기준 금리가 1.7%에 머물고 있다. 이자소득세(15.4%)를 제하고 물가상승률을 차감하고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이자는 그야말로 ‘쥐꼬리’ 수준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기 전인 한 달 전과 비교를 해봐도 상당한 격차다. 한은 통계를 보면 2월 중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1년 정기예금은 평균 2.11%였고, 금리대별로 보면 1% 대 상품의 비중이 30.7%였다. 2월까지만 해도 신규 가입한 정기예금의 70%는 연 금리 2% 이상을 보장해줬다는 얘기다.
뚝뚝 떨어지는 예금금리에 정기예금의 이탈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들의 정기예금 계좌에서는 작년 12월 이후 석 달 간 총 20조9,601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런 분위기 탓에 연 금리가 3~4%가 수준인 제 2금융권의 일부 이벤트성 고금리 상품들은 사실상 ‘로또’ 대접을 받고 있다. OK저축은행이 1월까지 판매한 ‘스파이크OK정기적금’은 기본 예금 3.8%를 제공하면서 배구단 우승에 따른 우대금리를 제공해 1만253좌, 1,500억원의 예금이 몰렸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배구단 우승으로 일부 고객들은 최대 5.6%까지 금리를 받게 됐다”며 “우승에 따른 금리 혜택으로 17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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