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병으로 작년 12월 휴장
1년 새 낙찰가 10만~20만원 낮아
입찰표 가리는 등 눈치작전 치열
“음메~ 음메~” 2일 경기 안성시 금광면 개산리의 송아지경매시장에선 모처럼 소 울음 소리가 퍼졌다. 구제역 발병으로 넉달 가까이 닫혀있던 경매시장이 열린 것이다.
원곡면 원곡리에서 한우 30여 마리를 사육하는 김만승(63)씨도 이날 오전 일찍 암송아지 2마리, 수송아지 2마리를 이끌고 경매시장에 들어섰다. 구제역 발병으로 그간 송아지를 내다팔지 못해 속을 끓였던 김씨는 더욱 긴장된 마음으로 경매를 지켜봤다. 이날 김씨의 송아지들은 안성축협 가격산정위원회가 정한 예정가격(최소 입찰가)보다 50만~60만원의 웃돈을 받고 팔렸다. 김씨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사료값을 대느라 힘들었는데 경매시장이 열려 다행”이라며 “구제역 전보다 낙찰가가 조금 낮지만 그래도 힘이 난다”고 웃었다.
구제역 탓에 지난해 12월 12일을 마지막으로 휴장에 들어갔던 안성축협 송아지 경매시장이 100여일 만에 임시 개장했다. 번식우 사육농가가 송아지 출하지연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자 안성시와 안성축협이 응급 처방에 나선 것이다. 아직 구제역이 종식되지 않아 출입자와 차량은 깐깐한 소독절차를 거쳐야만 출입이 허용됐다.
경매시장 안은 일찍부터 이곳을 찾은 100여 명의 농장주와 우상인 등이 이야기 꽃을 피워 모처럼 활기가 감돌았다. 이날 선보인 송아지는 암소 24마리, 수소 49마리 등 모두 73마리. 암송아지는 생후 7개월, 수송아지는 6개월 이내만 출하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축협은 휴장이 길었던 사정을 감안해 이날만큼은 생후 11개월 된 송아지까지 허용했다.
제 자식처럼 기르던 송아지를 시장에 내놓은 43개 농가 농민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김모(76ㆍ여) 할머니는 “구제역 때문에 송아지를 팔지 못해 도산하기 직전”이라며 “사료 외상값 등을 갚으려면 후한 값을 받아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거친 두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 사이 건강한 송아지를 고르려는 우상인과 비육우 농장주들의 눈매는 매섭게 돌아갔다. 송아지의 혈통과 몸무게, 건강상태 등을 꼼꼼히 살핀 뒤 가격을 매기며, 혹여 누가 볼까 손으로 입찰표를 가리는 등 눈치작전도 치열했다.
1시간여 입찰이 끝나고 낙찰가, 낙찰자가 발표되자 농민과 우상인들 사이에선 희비가 갈렸다. 이날 299만원의 최고가에 팔린 송아지는 고삼면 삼은리 이 모씨의 생후 9개월 된 수송아지였다. 수송아지의 평균 낙찰가가 258만원이었니 이씨는 다른 농가보다 41만원이나 더 받은 셈이다. 암송아지의 평균 낙찰가는 203만원으로 수송아지보다 45만원 낮았다.
이 같은 낙찰가는 지난해 2,3월 때보다 10만~20만원 싼 수준이라고 축협 관계자는 전했다. 쇠고기 수요가 많은 설 명절 직후 송아지 매입도 느는데 구제역 이동제한조치 등으로 그 시기를 놓친 탓이다.
안성시와 축협은 구제역 확산 여부 등을 지켜보며 경매시장을 다시 개장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안성에서는 1,870농가가 소 10만2,5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안성축협은 2009년부터 매월 12일과 27일 두 차례 경매시장을 열고 있다.
안성축협 유선문(42) 유통과장은 “경매시장이 있기 때문에 우상인 등에게 휘둘리지 않고 농가에서 적정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되도록이면 12일에도 경매시장을 개장해 농가소득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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