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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 정신질환 '스스로 입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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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 정신질환 '스스로 입원' 늘었다

입력
2015.04.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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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1명꼴로 정신질환자 늘고

병원 찾는 비율 여전히 낮지만

자발적 입원율은 7년새 3배로…

경증은 정신질환자 범위 제외 추진

#주부 김성희(33ㆍ가명)씨는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통역사 공부를 시작했지만 기대만큼 늘지 않는 어학 실력에 결국 포기했다. 이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잠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김씨는 남편과 친정 식구들의 권유로 동네 신경정신과의원에 입원했는데, 다행히 증상이 빠르게 호전돼 2박3일만에 퇴원했다. 김씨는 현재 우울증 재발 없이 아이를 낳아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보험 영업사원인 김삼식(36ㆍ가명)씨는 실적이 좋지 않아 스트레스가 극심하던 터에 상사와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다. 평소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던 그는 대인관계가 힘들어졌고 자살 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지자 직접 국립 정신병원을 찾아 입원치료를 받았다. 한달 가량 입원 치료를 받아 상태가 호전된 김씨는 현재 퇴원해 외래 진료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가벼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부터 니코틴ㆍ알코올ㆍ도박 중독, 불안장애, 식이장애, 강박장애 등 경증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4명 중 1명꼴로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으며, 자발적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초기에 정신과를 찾아 상담받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역학조사(2011년)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정신질환 경험 인구 비율은 27.6%에 달한다. 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가장 흔한 정신질환인 우울증의 경우 진료인원이 지난해 58만명으로 2008년 47만명에서 20%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 중 실제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을 찾는 비율은 15.3%에 불과해 환자 대부분이 혼자 끙끙 앓다 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낙인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정신과 문턱을 넘는 게 아직 쉽지 않지만 최근엔 자발적 입원치료도 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 중 자발적 입원 비율은 32.4%로, 2007년 11.6%에서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직장인 김씨를 치료한 국립공주병원 오중근 정신재활치료과장은 “가벼운 우울증 등 경증의 환자가 일주일에서 한달 정도 짧은 기간 입원해 약물, 인지행동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 입원 환자가 늘면서 정신병원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국립공주병원은 정신병원 하면 떠오르는 창문의 쇠창살도 없었고, 환자들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병원 안팎을 오가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진행된 음악치료 프로그램에는 20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6명이 외래환자였다. 중부권 정신건강 거점 의료기관인 국립공주병원의 이영문 병원장은 “환자들의 입원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입원 대신 병원에서 진행하는 인지, 음악 치료 등 데이케어 센터만 이용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병원 진료 분위기도 많이 바뀌어서 중증 환자를 제외하면 최대한 자유를 보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국민들의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외래치료만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 환자의 경우 정신질환자 범위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에 주력했던 정책을 모든 국민의 정신건강증진과 정신질환 조기 발견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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