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 개혁 및 예산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마디로 나랏돈의 씀씀이를 꼼꼼히 살펴 누수와 낭비를 줄임으로써 절약한 예산을 정작 필요한 곳으로 돌려 쓰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그제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 간담회에서 “(내년 예산에서)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화된 예산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했다. 이완구 총리 역시 같은 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복지예산의 방만한 운영실태를 점검해 연간 3조원 이상의 복지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총리는 복지재정 절감을, 최 부총리는 전반적 재정개혁을 각각 말했지만 새삼 예산낭비를 다잡겠다고 나선 배경은 같다. 불황 장기화로 세수 증대나 증세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일단 가용예산만이라도 지출의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 재정부족 상황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증세론’과 씀씀이를 줄이자는 ‘복지구조조정론’이 팽팽히 맞섰는데, 정부는 일단 증세에 앞서 예산 씀씀이를 손 보기로 한 셈이다.
사실 증세 여부와 관계 없이, 예산 누수와 낭비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감사원이 최근 적발한 사례만 해도 지방 재정사업, 각종 복지연금, 시도 교육청 교육예산 누수 및 낭비에 이르기까지 부지기수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싸고 중앙과 지자체 간 벼랑끝 싸움이 연일 불거지는 한편에서 예산이 맥없이 낭비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만 해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기존 방과후 돌봄교실 예산을 축소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신청자가 1명뿐인 고학년 돌봄교실을 별도 운영한다며 연간 1,200만원을 집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 정부 들어 지출 구조조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한다며 ‘공약가계부’를 작성해 지출예산 절감을 시도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일각에선 이번에도 소리만 요란할 뿐 효과 없는 재탕이 될 것이라는 회의가 적지 않다. 중앙 예산당국이 아무리 각오를 다져도 막상 각종 명분으로 포장된 세부 예산을 일방적으로 잘라내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예산집행 현장에서 거꾸로 누수와 낭비를 보고토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엄중히 징계하는 식으로 현장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크다.
다만 성과지향적 예산ㆍ복지 구조조정은 자칫 도움이 절실한 복지 수요자들에게 돌아가는 최소한의 지원마저 줄이는 엉뚱한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불필요한 씀씀이는 줄이되, 복지전달체계의 정비를 통해 혜택이 꼭 필요한 수요자에 대한 지원은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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