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에 구애받지 말라
회담장 박차고 나와도 된다"
오바마, 협상팀에 광범위한 재량권
이란, 러와 유리한 내용 논의 과정
"주요 쟁점 원칙적 합의" 몰고가기도
獨 외무 회의 참석… 타결 기대 높여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두 진영이 협상을 벌여 최종 합의에 이르면 의례적으로 “모두가 승자”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며칠도 안돼 누가 협상에서 실패했는지에 대한 판정이 나온다.
2004년 이래 12년간 지속된 핵 협상에 종지부를 찍는 2일 마지막 담판에서도 최후의 승자가 되려는 미국과 이란 대표단의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막판 쟁점으로 남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방식 ▦핵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통제 기간 등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고 두 나라 모두 ‘급하지 않다.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다’며 상대방을 압박했다.
미국은 이날도 ‘시간끌기 전술’로 나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전술은 협상 시한 초읽기에 들어간 31일 밤 확정됐다. 시한에 쫓겨 미국 대표단 협상력이 약화될 걸 우려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안보팀과 스위스 로잔에 파견된 존 케리 국무장관, 어니스트 모니즈 에너지 장관이 참석한 화상 회의에서 “시한에 구애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과 모니즈 장관은 로잔 호텔 잔디밭에 설치된, 도청방지를 위해 특수장치가 구비된 천막에서 화상 회의에 참여했다.
이 신문은 또 두 명의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이 협상 시한을 지렛대 삼아 미국에 막판 양보를 요구한다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도 된다”며 광범위한 재량권을 준 사실도 소개했다.
실제로 대통령 재가를 받은 미국 협상단은 케리 장관이 언제라도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 태세를 보여주기 위해 전용기 엔진을 24시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또 하루 단위로 시한을 1, 2차 연장하는 방법으로 심리전을 폈다. 미국 본토 백악관도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란이 결정할 시간이 왔다. 지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는 당연히 이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란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주요 6개국(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 가운데 전통적으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러시아와 공조하는 전술을 폈다. 모하마드 자바라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1일 새벽 “모든 주요 쟁점에서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란에게 유리한 내용의 타협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를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의도였다. 실제로 이 발언 직후 미국측 고위 관리는 “모든 쟁점들이 합의된 게 아니다”라고 서둘러 진화했다.
치열한 막판 줄다리기 협상은 밤새 진행돼 케리 미 장관과 자리프 이란 장관은 1일 밤 9시부터 2일 새벽 5시 50분까지 회의를 계속했다. 같은 시간 영국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다른 참가국이 외교관과 핵전문가들도 역시 이란과 실무협상으로 밤을 새웠으며, 오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또다시 회의에 들었다. 특히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2일 예정됐던 발틱방문을 취소하고 회의에 참석해 타결 기대를 높였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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