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봄 잔치' 흥행 빨간불
인천 전자랜드와 창원 LG가 달궈 놓은 프로농구 ‘봄 잔치’ 열기가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싸늘하게 식었다.
정규리그 1위 울산 모비스와 2위 원주 동부와 맞대결이자 전통의 명가 대결로 매치업만 놓고 보면 최고의 인기 카드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달 29일 1차전이 열린 울산동천체육관에 6,629명의 관중이 들어찼을 때만 해도 흥행은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31일 2차전에서 경기 시간 변경이 찬물을 끼얹었다. 방송사의 요청으로 경기 개시가 오후 5시로 앞당겨지며 고작 3,208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최소 관중 3위의 참담한 성적표다. 무료 관중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대 최소 관중이다. 평일 5시에 농구장을 찾을 수 있는 관중은 많지 않다. 3시간 이상 경기를 하는 프로야구처럼 조금 늦게 입장하더라도 큰 지장이 없다면 모르지만 단 2시간 동안 하는 농구를 보기 위해 직장인들이 퇴근 후 발걸음을 농구장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프로야구 개막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농구 챔피언결정전보다 하루 앞선 지난달 28일 스타트했다. 시청률이나 관중 수를 굳이 통계로 따지지 않더라도 스포츠 마니아들의 전반적인 관심은 농구에서 자연스럽게 야구로 옮겨 가는 분위기이다.
게다가 챔피언결정전 자체의 흥미도 반감됐다. 1, 2차전을 손쉽게 잡은 모비스의 일방적 시리즈로 흐르면서 싱거운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각각 최종 5차전까지 치르며 하위 팀의 투혼을 보여 준 4강 플레이오프와 대조돼 더욱 여파가 크다. 6강과 4강 플레이오프 18경기에 입장한 총 관중은 9만3,000명으로 2011~12시즌의 9만6,225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다 관중이었다. 특히 동부와 전자랜드의 4강 플레이오프는 평일 경기임에도 7,000명 이상의 관중이 몰렸다. 티켓을 구하지 못해 경기장에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프로야구의 한국시리즈와 대비되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의 초라한 현실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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