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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대출, 왜 절묘한 시기에 등장했을까

입력
2015.04.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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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앞두고 출시… 정책 타이밍 논란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누구보다 정치권 동향에 민감한 촉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정치권 이슈가 언제 자신에게 불똥으로 튈 지 모르기 때문인데요. 이런 공무원들이 요즘 술자리 안주 거리로 올리는 소재가 ‘안심전환대출’입니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권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2.6%대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가계부채 절감 대책으로, 시행 나흘 만에 20조원이 소진되는 등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대책이 정치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안심전환대출이 오는 29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지원 사격성’대책이라는 것이 일부 공무원들의 시각입니다. 가계부채 증가 문제는 그 동안 꾸준히 문제제기가 됐던 사안인데 하필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 ‘액션’을 취한 것에는 의도성이 다분하다는 겁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국민들의 호응이 큰 데다 큰 틀에서 볼 때 잘못된 정책도 아니기 때문에 야당도 정책을 내놓은 시점을 비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중장기전략위원회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중장기전략위원회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취임 후 지금까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21조원+알파’등 과감한 확장 재정정책을 일관되게 펴오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돌연 방향을 바꾸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시점이 묘하다는 뒷말이 나옵니다. 최 부총리는 1일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 간담회에서 “내년 예산 편성시 제로베이스(zero-base) 예산 방식과 보조금 일몰제를 엄격히 적용해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화된 예산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예산을 원점에서 검토한다는 것이 곧 긴축재정으로 전환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는 신호임은 틀림 없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예산 시즌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정 정책 변화 기조를 드러낸 것은 이례적입니다. 더구나 내년에 긴축 예산을 할 경우 손 발이 묶이는 사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 연말 퇴임이 유력한 최 부총리가 아닌 다음 경제수장이라는 점에서 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와 청와대의 평가가 최근 부쩍 긍정적이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됩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1일 월례 경제정책브리핑에서 2월 산업활동 동향 통계 지표 등을 근거로 현 경기에 대해 “자산시장 활력이 실물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경제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2월까지만 해도 ‘경기회복세가 미약하다’고 평가해왔던 정부와 청와대입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경기가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습니다. 2월의 긍정적 경제 지표들은 사실상 설 이동의 효과로 1,2월 평균을 내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고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다는 게 민간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1일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배ㆍ보상 액수를 발표(▶ 관련기사)한 것은 특히 정치적 색깔이 짙다는 비판이 높습니다. 진상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뜸 돈 얘기부터 꺼내면서 ‘결국 유족이 노리는 것은 보상금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입니다. 1주년(오는 16일)을 앞둔 세월호 참사가 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시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정부가 먼저 역공을 펼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까닭입니다.

이런 정책들이 선거 지원사격이냐 아니냐는 것은 사실 입증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을 동원해 선거를 지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정책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는다”는 한 공무원의 지적은 정책결정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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