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챔프 우승 주역… 공격 삼각편대 완벽한 조율
세터 라이벌 이효희에 판정승
라이벌 세터 대결로 주목 받았던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전이 결국 김사니(34ㆍIBK기업은행)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로 떠난 이효희(35)의 빈 자리를 채운 김사니가 결국에는 팀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IBK는 지난달 31일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도로공사를 3-0으로 누르고 3연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번 시즌 두 세터의 운명은 묘하게 엇갈렸다. 늘 이효희보다 우승복과 상복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던 김사니는 챔프전 MVP로 선정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챔프전에서 세터가 MVP가 된 것은 김사니가 처음이다. 지난 시즌 세터 최초로 정규리그 MVP에 오른 선수는 이효희였다.
2013-2014시즌 아제르바이잔의 로코모티브 바쿠에서 뛰었떤 김사니는 이효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지만 사실 세터로서는 최고의 동료 자원을 만났다. 데스티니 후커(28ㆍ미국)-박정아(22)-김희진(24)의 공격 삼각편대를 앞세운 김사니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였다. 정규리그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김사니와 세 공격수의 호흡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결국 팀 최다인 10연승(6라운드-플레이오프-챔프전 전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데스티니는 챔프전을 끝낸 후 인터뷰에서 “김사니는 MVP 자격이 있다. 남지연과 함께 팀을 한 곳으로 모으는 힘이 있었다”고 김사니를 치켜세웠다. 김희진 역시 “이효희 선배가 도로공사로 이적한 뒤 ‘코트 안에서 누가 우리를 이끌어줄까’라고 걱정했는데 김사니 선배가 오셨다”며 “(무릎) 부상 중에도 최선을 다하셨다. 나도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사니 선배 덕에 버텼다”고 말했다. 주전 중 막내인 박정아도 “김사니 선배 덕에 책임감도 생기고, 경기장 안팎에서 즐겁게 생활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반면 이효희는 이적한 첫 시즌에 도로공사를 사상 첫 통합 우승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답게 도로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을 견인했지만, 박정아-김희진 토종 듀오를 이끄는 김사니를 당해내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장소연(41)과 정대영(34) 등 팀 내 베테랑 센터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것도 뼈아팠다. 확실히 이번 시즌의 승운은 김사니에게로 기울었던 셈이다.
김사니는 경기 후 이효희에 대해 “선배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선배 덕에 주목 받지 않는 포지션인 내가 기사에 많이 나왔다. 정말 고맙다”며 “이효희 선배와 나 모두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며 후배들도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게 길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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