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분양물량 대거 쏟아 내
이달 5만6000가구 사상 최대
강남 3구 등 분양가 인상 채비
"더 오르기 전에 새 집 사자"
올해 수도권 1순위 마감 급증
주택협회 "분양가 인상 자제" 공문도
#. 지하철 2호선 아현역 코앞에 자리할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신촌’은 4월 중순 2,010가구 중 725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분양가는 3.3㎡당 2,200만원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 초까지만 해도 예상 분양가가 1,900만원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무려 15% 이상 급등한 셈이다.
#. 올해 9월 분양 예정인 송파구 가락동의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은 9,510가구 중 1,634가구가 일반 분양분이다. 작년 말 열린 총회에서 조합원들은 본인들의 몫은 3.3㎡ 당 2,150만원으로, 일반분양은 2,500만원으로 각각 책정했지만, 최근 분양가를 3,000만원 선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시공에 참여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락동이 강남3구에 해당되긴 하지만 잠실보다 입지가 나빠 가격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조합원들은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1일 폐지되면서 수도권의 분양가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청약 열기와 상한제 폐지 혜택을 노리는 수요가 겹치면서 4월엔 사상 최대치의 분양 물량이 쏟아질 전망. 모처럼 달아오른 열기를 등에 업고 인기지역에선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가 66개 회원사들한테 “과도한 분양가 인상과 과잉 공급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을 정도다.
부동산114 전망에 따르면 4월 전국 신규 분양 아파트는 5만6,808가구. 전달(4만2,533가구)보다 1만4,275가구나 많은, 월별 사상 최대치 물량이다. 상한제 폐지와 맞물려 대기했던 물량이 이달에 대거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수요자들은 상한제 폐지에 대응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1분기 수도권에서 청약접수를 받은 아파트는 25단지인데, 이중 1순위에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된 단지가 7곳(28%)에 달한다. 전년 동기엔 12단지 중 2단지(7%)만 1순위에서 완판됐다. 물론 청약 1순위자들이 대거 늘어난 데다 분양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띤 영향도 있었지만, 4월부터는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승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상한제 폐지와 건설사들의 눈치 작전으로 일정이 변경되면서 4월 분양 물량이 역대 최대”라면서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4월에만 2단지가 공급되는 서대문구는 아파트 분양가가 3.3㎡ 당 2,050만(아현역푸르지오)~2,200만원(e편한세상신촌)에 이를 전망이다. 서대문구보다 선호도가 높은 마포구의 새 아파트 공덕자이, 래미안푸르지오의 분양가(3.3㎡ 당 1,950만~2,100만원)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조합원들 역시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를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서울 강남권에 공급되는 재건축 아파트는 9개 단지 총 1만4,387가구로, 이중 일반 분양 물량은 3,055가구다. 이들 조합원들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는 분양가가 비싸도 수요가 넘칠 것”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너나 할 것 없이 고가 분양을 추진 중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개발 재건축 지역에서 특히 분양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3구뿐 아니라 한남뉴타운 등 인기 지역은 미분양 우려로 가격 눈치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은 공공택지(위례ㆍ동탄ㆍ양주 등)에서 공급되는 주택 물량이 많아 상한제 폐지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또 서울 지역에 대해서도 “건설사들 입장에선 고가 분양가로 미분양이 되느니 적정 가격으로 ‘완판’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는 견해가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한제 폐지가 부동산의 양극화를 더욱 조장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고 판단하면, 가수요가 따라붙어 분양가 상승을 더 부채질할 것”이라며 “이 경우 강남에서 집값 상승세가 도드라질 테고, 부동산 양극화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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