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임 임종룡 금융위원장
자본시장·핀테크 등 전방위 걸쳐 연일 규제 완화책 쏟아내
관료 출신으로 농협금융 회장 경력
"농협에 있어보니…"로 발언 시작, 규제 완화 약속으로 끝맺어
과도한 규제완화는 독 될 수도… 은행 예대율 규정 폐지 검토나
가계대출 구제 완화는 논란 소지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규제 완화 드라이브가 거침없다. 취임 이후 평일 열흘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금융 업종 전반에 걸쳐 각종 규제 완화책을 쏟아냈다. 관행처럼 굳어진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박수가 쏟아지지만, 자칫 금융회사의 재정건전성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진 규제까지 풀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임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취임 이후 최근까지 ▦은행 예대율 규정의 폐지 검토 ▦은행 신용대출 금리 상한(12%) 지도 폐지 ▦지방은행 영업구역에 경기도 포함 ▦기술금융 관련 규제 개선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을 약속하거나 추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틀에 한번 꼴로 “규제를 위한 규제는 없애겠다”는 취임 초 약속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은행들이 알게 모르게 현장을 압박하는 불합리한 관행이나 제도라고 오래 전부터 지적해오던 것들이다. 은행 관계자는 “명시적이든 아니든 신용대출 금리 상한 지도를 하지 않겠다는 건 시중은행이 누차 요구했던 10%중반 대출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라며 “은행들의 애로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임 위원장이 농협금융 회장 시절 현장에서 느꼈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그는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도 “농협에 있어 보니”라는 말로 시작해 금융 현안을 설명하거나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부실채권비율 규제에 맞추려고 꼼수를 짜내는 은행들의 현실을 비유를 들어가며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임 위원장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손을 본 ‘삼진아웃’(기관 주의 3번이면 해외진출, 신규사업 진출 제한) 제도는 농협금융 회장 시절 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합병 과정에서 뼈저리게 절감한 대못 규제라, 임 위원장이 직접 개정 지시를 했다는 후문이다. 역대 위원장 중 처음으로 금감원 방문을 외부 일정으로 잡은 것도 농협금융 회장 시절 체험했던 금감원의 일방주의적 검사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복합점포 활성화를 막는 칸막이 규제 해소 역시 “농협에 있어보니”의 결과물이다.
임 위원장의 규제 완화 행보는 금융 업종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관료 시절 2년 반 넘게 장수한 증권 과장 출신에,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지휘한 CEO 경력을 앞세워 거래소 개편 및 코넥스시장 규제 완화 등 “당국 개입 최소화”라는 자본시장 규제 완화 방향을 설파했다. 코넥스시장 전면 개편의 핵심으로 개인예탁금 기준 완화를 제시한 것이나 사모펀드의 설립 운용 판매 등 모든 단계에 걸친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구상이 그렇다. 핀테크(IT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에 대해선 “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를 발굴 및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금융개혁을 위한 금융노조의 협조도 끌어내고 있다.
문제는 규제완화의 적정 수위다. 자칫 과도하면 위험수위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은행 예대율 규제의 경우 은행간 외형확대 경쟁으로 예대율이 한때 120%대까지 치솟자 2009년 재도입된 제도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하며 총량 규제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 완화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 역시 논란이 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누구보다 현장과 정책을 잘아는 만큼 면밀한 분석을 통해 금융회사의 재정건전성과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없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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