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이 2-1로 앞선 4세트 24-23 상황. 3년간 삼성화재의 에이스로 활약한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26ㆍ쿠바)의 서브가 네트를 넘지 못했다. OK저축은행의 창단 첫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OK저축은행은 만우절인 4월1일 ‘거짓말’같은 우승을 거뒀다. 창단 2년차 OK저축은행은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3-1(25-19 25-19 11-25 25-23)로 이겼다. 1, 2차전 모두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두며 이미 파란을 예고했던 OK저축은행은 챔프전 8연패를 노렸던 V리그 ‘독재자’ 삼성화재를 거짓말처럼 넘어섰다. 경기 전 “만우절인데 오늘 챔프전이 다 끝난다면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라고 말했던 김세진(41) OK저축은행 감독은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1세트부터 “몸부림 한번 쳐보겠다”는 삼성화재 신치용(61) 감독의 각오가 무색해지는 장면이 속출했다. 초반 백중세를 유지하는 듯 했지만 OK저축은행이 멀찍이 달아났다. 송명근(23)이 속공에 이어 서브 에이스 두 개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순식간에 10-6으로 도망갔다. 이민규(23)는 계속해서 로버트랜디 시몬(28ㆍ쿠바), 김규민(25)을 이용해 속공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레오의 공격이 번번이 블로킹 당하면서 균형추가 OK저축은행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삼성화재는 2세트 들어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겼지만 역부족이었다. 레오가 11득점을 뽑아내며 컨디션을 회복하는 듯 했지만 이선규(34)와 고희진(35)이 각각 2점, 1점을 보태는 데 그쳤다.
3세트 들어 삼성화재의 ‘버티기 배구’가 힘을 짜냈다. OK저축은행의 기세를 꺾고 간신히 리드를 잡았다. 삼성화재는 순식간에 전열을 정비해 9-4로 앞서나갔다. OK저축은행을 5점에 묶어둔 삼성화재는 13점까지 달아났다.
안간힘을 쏟아낸 삼성화재의 경기력에 OK저축은행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범실을 남발했다. 1세트 25%로 최저점을 찍었던 레오의 공격 성공률은 84.62%까지 치솟았고, 13점을 수확했다. 삼성화재는 25-11 큰 점수차로 챔프전 첫 세트를 따냈다.
4세트 벼랑 끝까지 내몰린 24-22 상황에서 신 감독이 비디오 판독 카드를 꺼냈지만 정심으로 판독됐다. 곧이어 상대 송희채(23)의 서브 범실로 삼성화재 쪽으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는 듯 했지만, 레오의 서브 범실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날 44득점을 기록한 레오는 마지막 최악의 실수로 팀에 패배를 안겼다.
신치용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1세트라도 따서 다행이다”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그러면서도 신 감독은 “삼성화재 출신 선수에게 져서 다행”이라며 제자 김 감독의 우승을 축하했다.
안산=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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