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중앙대 캠퍼스 통합과 적십자간호대학 인수, 중앙국악연수원 건립과 주변 땅 투기, 딸 교수 채용 특혜 등 비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박 전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준비위원장을 지낸 학계의 대표적인 ‘MB맨’이다. 중앙대 총장을 6년 동안 지내다 청와대 수석에 임명돼 MB정부의 교육문화 정책을 책임졌다. 그런 중책을 맡은 사람이 대통령의 신임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바빴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박 전 수석의 특혜와 비리는 교육부에 대한 전방위 외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검찰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앙대 캠퍼스 통폐합이 대표적이다. 당시 중앙대는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통합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있지 않자 박 전 수석은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해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인의 압력에 교육 정책이 이처럼 쉽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부당한 압력에 대한 교육부의 직ㆍ간접적인 협조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대상에는 교육부에서 파견 나간 청와대 교육비서관과 교육부의 고위관료 2명이 포함돼있다. 당시 중앙대 캠퍼스 통폐합에 반대하던 실무진은 지방으로 전근되는 보복인사를 당했다. 청와대 ‘실세 수석’의 압력을 거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해도 실무진을 쫓아내고 법령까지 고친 교육부 고위관료들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박 전 수석과 중앙대와의 커넥션도 의혹의 대상이다. 박 전 수석은 모교인 중앙대에 캠퍼스 통합뿐 아니라 전문대인 적십자간호대학 인수과정에도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서울에 위치한 대학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원을 줄여야 하지만 예외규정을 둬 정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혐의다. 이런 특혜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수백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반대 급부로 박 전 수석의 딸이 중앙대 교수로 전격 채용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교육부, 대학간의 비리와 유착관계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다. 외압에 의해 교육 정책과 관련 법령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이 보여줬다. 정원조정이나 캠퍼스 통폐합 등 불가능할 것 같은 난제도 대학 측이 로비만 잘하면 해결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교육계에 심어줬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핵심 교육정책이 비리와 특혜로 얼룩져있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그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단죄는 물론이거니와 교육 당국의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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