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질적으로 -0.23%
"진짜 디플레이션 오나" 우려
담뱃값 인상효과를 제외한 실질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0% 아래에 머물렀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뺀 근원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율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0.35%(반올림시 0.4%) 오르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월(0.3%) 이후 거의 16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특히 올 1월부터 담뱃값이 2,000원씩 오른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할 경우, 지난달의 실질적 물가는 -0.23%(0.35-0.58)로 뒷걸음쳤다.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난 2월의 실질 물가(-0.06%)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인 동시에 감소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농산물ㆍ석유류ㆍ도시가스 가격의 하향 안정세 등 ‘공급 측면의 하락 요인’이 작용한 결과”(김재훈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1.4% 떨어졌고 농산물(-3.0%), 전기ㆍ수도ㆍ가스(-6.0%)도 하락했다.
하지만 이런 공급 측 요인을 제외해도 물가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 농산물ㆍ석유류를 제외한 지난달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라, 작년 말 1%대보다는 상승폭이 다소 높아졌으나 올 들어 2.4%(1월) →2.3%(2월) →2.1%(3월) 등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장기적인 물가 추세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지난달 2.5%) 역시 작년 11월 2.7%에서 계속 수위를 낮추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 하락세에도 불구, 그나마 표면적인 물가가 플러스를 유지한 것은 1년 전보다 3.2%나 급등한 전셋값 덕분이라는 분석마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최근 실물경기가 횡보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물가가 지속 하락하는 데 상당한 우려를 나타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1월보다 크게 호전된 2월 산업활동동향 등 실물 지표도 설 효과 등을 감안하면 좋다고만 보기 어렵다”며 “경기 침체 국면에서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면 진짜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드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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