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 유출 60여년 만에 반환식
문화재청장 "환수 과정 우호적, 시애틀미술관 측에 감사하다"
한국전쟁 때 미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조선 왕실의 보물 ‘덕종어보(德宗御寶)’가 반세기 만에 고국의 품에 안겼다. 1일 오후 2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덕종어보 반환식을 열어 킴멀리 로어샥 시애틀미술관장으로부터 덕종어보를 돌려받았다.
돌아온 덕종어보는 덕종(성종의 아버지)의 3가지 어보 중 하나인 ‘온문의경왕지보(溫文懿敬王之寶)’로 성종이 왕위에 오른 후 세자 신분으로 사망한 아버지를 왕의 신분으로 격상시키고 온문 의경왕이라는 존호(尊號)를 올리고자 1471년 제작한 것이다. 금으로 만든 이 어보에는 대부분의 조선 어보들처럼 거북 형태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
어보는 조선의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을 위해 제작되는 도장으로, 실무적으로 이용되는 국새(國璽)와는 달리 의례적 성격을 띠며 종묘에서 신성하게 관리돼 왔다. 기록에 남아있는 조선 왕실의 어보는 총 375개다. 이 중 대부분인 319개를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5개, 고려대박물관에 2개가 보관돼 있다. 문화재청은 미 국토안보수사국(HIS)이 찾아낸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의 연내 환수를 추진 중이며 나머지 47개의 소재는 불명이다.
일제강점기 기록인 ‘종묘 영녕전 책보록’에 따르면 덕종어보는 영녕전 덕종실에 1924년까지 보관돼 왔다. 문화재 애호가 고 토마스 스팀슨 여사가 1962년 이를 미국 뉴욕에서 구입해 이듬해 시애틀미술관에 기증했고 시애틀미술관은 이후 53년간 어보를 소장했다. 스팀슨의 외손자로 반환식에 참석한 프랭크 베일리는 “외할머니는 이 어보를 한국에서 온 문화홍보대사처럼 소중히 여겼다”며 “외할머니께서도 오늘 어보의 반환을 매우 흡족해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킴멀리 로어샥 시애틀미술관장은 “2014년 미술관을 방문한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이 덕종어보의 특별한 의미를 설명해준 후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반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미술관 입장에서 소장품을 반환하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님에도 우호적이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 준 시애틀미술관 측에 감사하다”며 “문화재 반환을 통한 우호적 연대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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