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공법 사전 정지작업 의혹
캐면 캘수록 커져 파문 확산
광주시가 광주월드컵경기장 노출콘크리트 외벽 표면 보수공사를 추진하면서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들이 제안한 심의의견에 대한 조치결과도 입맛대로 바꿔치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시가 공사 발주 전부터 특정 토목공법을 밀어주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 4일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경기시설 개ㆍ보수공사와 관련해 지방건설심의위원회를 열고 건축시공 분야인 노출콘크리트 보수공사에 대한 실시설계에 대해 심의를 했다. 당시 시는 월드컵경기장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했던 구조기술사들이 제시했던 특정 토목공법을 적용해 보수공사를 하겠다는 안건을 냈었다.
그러나 대학 교수인 두 명의 심의위원들은 노출콘크리트 표면보수 공법선정에 대해서는 시가 제시한 원안보다는 대안을 찾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 A위원은 ‘안전진단보고서에서 제시한 공법 외에 적절한 대안공법 적용을 검토 바란다’는 의견을, B위원은 ‘철재면과 콘크리트면, 일반 균열, 노출콘크리트면 등 위치와 부위별 결함 원인을 고려한 보수방법 선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각각 냈다. 건축현장에 한 번도 사용된 사례가 없는 도장(塗裝)방식의 토목공법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당시 공사 발주 부서의 담당 직원은 이튿날 심의의견에 대한 조치결과서를 작성해 해당 심의위원들의 확인서명을 받았다. 이 조치결과서엔 “노출콘크리트면을 최대한 원상태로 재생하는 일반적인 공법을 설계에 반영하고, 시공방법은 노출콘크리트 표면상태 및 오염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불소코팅과 도막형 코팅으로 설계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토목공법보다 공사비가 3배 가량 싼 노출콘크리트 전문보수업체들의 일반적인 보수방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담당 계장은 며칠 뒤 직원이 작성한 심의의견 조치결과서를 묵살한 채 “시공방법으로는 노출콘크리트 표면상태 및 오염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보수하는 방법으로 설계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으로 심의의견 조치결과서를 다시 작성했다. 일반 공법뿐만 아니라 토목공법도 보수공사에 적용할 수 있도록 조치결과 내용을 바꾼 것이다. 담당 계장은 변경된 조치결과서를 들고 심의위원들을 찾아가 확인 서명을 다시 해줄 것을 요구했다. B심의위원은 “당시 시 관계자가 변경된 내용의 심의의견 조치결과서를 들고 다시 찾아와 (기존에 서명한 조치결과서 내용대로 공사를 구분하면) 행정상 집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변경된 조치결과서에 서명을 다시 해달라고 요구해와 그렇게 해줬다”고 말했다. 담당 계장은 새로 변경한 심의의견 조치결과서를 같은 달 18일 건설행정과에 제출했고, 토목(특허)공법 적용을 입찰조건에 포함시켰다. 또 노출콘크리트 보수공사에 대한 긴급 입찰공고를 하면서 이례적으로 기술사항 담당자로 주무관이 아닌 자신을 지정했다.
이 때문에 시청 안팎에선 “낙찰자가 해당 토목공법에 대한 특허를 보유한 업체에 공사를 하도급을 주도록 시가 사전에 손을 써 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공사 입찰을 앞두고 해당 특허를 보유한 업자들이 발주 부서 사무실을 찾아와 자신들이 보유한 토목공법을 설계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공사 발주 당시 담당 계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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