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개발한 록히드 마틴 측
"한국 정부에도 정보 제공"
국내 갈등 속 논란 증폭시킬 듯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관련 논의의 폭과 깊이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주한 미군의 배치 여부를 넘어, 한국 정부가 예산을 들여 구입하게 될 경우까지 상정한 뒤 그 구체적 구매 조건을 따지는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3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최대 군수업체이자, 사드 체계를 개발한 록히드 마틴이 이미 한국 정부에 사드 구매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록히드 마틴의 해외 미사일 사업ㆍ개발부문을 총괄하는 댄 가르시아 선임 책임자는 인터뷰에서 “사드 시스템 구매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에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시스템은 한국이 보유 중인 패트리엇 시스템과 달리 상층 대기권 혹은 대기권 밖에서 적성국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르시아 책임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 정부와 군수업계의 사드 배치와 관련된 여론 몰이가 순수 군사 목적 이외에도 1개 포대 가격이 2조원에 달하는 이 시스템의 판매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제기해온 ‘고가 무기 판매 음모론’과 일맥 상통하는 것으로, 가뜩이나 첨예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사무소장은 “2003년 미군 부대에 배치된 PAC-3를 한국이 구입하게 된 사례가 사드 시스템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필요한 논란의 확대를 막으려면 주한 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 한국측의 비용 부담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드에 대해 미국측 요청이 없었고 논의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국 정부와 달리,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계속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에서 이 문제를 총괄하는 프랭크 로즈 군축담당 차관보는 최근 전세계에 걸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전략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매우 밀접하게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자체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려는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10일 방한하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한민구 국방장관의 회담에는 사드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계속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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