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남자는 수지의 연인 이민호도, 덕분에 비리의혹이 묻힌 MB도 아니다. 국민 다수로부터 “욕먹는 리더십”을 구현하시느라 “반대 진영의 표적”이 되어 고통 받고 있는 남자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홍 지사가 무상급식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생뚱맞고 의아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그 사안으로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하고 사퇴하며 끝난 일인데, 벌써 잊으셨나? 혹시 무상급식 반대 열사로 장렬히 사라진 그를 남몰래 흠모해오신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박근혜 후보도 복지 확대를 약속하고 대통령이 되었는데, 뒤늦게 왜 저러실까? 여당 내 불통문제가 듣던 대로 과연 심각한가 보다.
진짜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추측이 난무한다. 일각에서는 홍 지사가 무상급식에 대한 반감이 강한 한국 보수세력의 속성을 알고, 화끈하게 무상급식을 포기해서 지지자들의 시선을 끌어 차기 대권 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경상남도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서인지 아이들 밥값 문제가 그 지역의 가장 중요한 사안인지 차기 대권을 향한 욕망 때문인지 본인만 아실 텐데, 내게는 그냥 참 쩨쩨한 남자로 보일 뿐이다.
학생은 밥 먹으러 학교 가는 거 아니라는 말씀, 받아들인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 했으니, 이제 홍 지사께서도 출근해서 먹은 밥값은 본인 카드로 계산하시고, 근무시간에 의회에서 영화 예고편 보시라고 제공된 노트북 아니니 그것도 반납하셔야겠다. 꼭 필요하시면 자비로 구매하셔서 회의시간에 (들키지 마시고)보시면 되겠다. 며칠 전 발표된 광역자치단체장의 재산순위 6위(29억4,187만원)에 오르셨으니, 홍 지사께서 솔선수범을 보이셔야 학생들도 납득할 것이다.
꼼꼼과 치사는 한 끗 차이다. 내 이익만 위하는 꼼꼼이 곧 치사다. 치사는 소심과 만나 뒤끝이 작렬한다. 회담 후 서울행 비행기에서 문재인 대표는 이코노미석을, 홍지사는 비즈니스석을 탔다. 이 일이 논란이 되자, 법적으로 아무런 잘못도 아닌데 왜 이러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한 후 “나도 이코노미를 타는 정치쇼 기술을 좀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아냥거렸다. 억울할 만한 일이긴 한데, 꼭 남을 걸고 넘어지는 말을 뱉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호사다마인지, 미국 출장 가서 골프 치다가 한 교민에게 걸렸다. 홍 지사의 비서실장은 라운딩을 하던 금요일 오후는 사실상 주말이라고 해명했다. 변명도 참 깨알같이 치사하고 쩨쩨하다.
보수층의 여론마저 악화하자, 홍지사는 정색하고 사과했다. 근무시간에 별로 비싸지도 않은 골프장에서 평소에 참 고마운 분들에게 본인이 돈 내서 접대한 것이며, 무엇보다 “골프는 비공식적인 비즈니스”라고 해명했다. 이번 일은 억울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과만 하고 끝내려니 속이 좀 쓰리셨나 보다. “반대 진영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좀더 사려 깊게 처신하도록 하겠다.” 사과라도 화끈하게 하시지. 때를 놓친 사과는 어설픈 변명 같다. 참, 지난 24일 창원시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골프 연습하다가 직위해제됐는데, 홍 지사의 해명대로라면 그는 비공식적 비즈니스를 연습했으니 이제 사면되는 것일까? 남에겐 한없이 까다롭고 본인에게 끝없이 관대한 사람을 가리켜 소인배라고들 한다.
정치인은 사적 욕망을 공적 이익으로 포장하는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제 이익에만 집중하면, 남의 눈에는 쩨쩨한 사람으로 비친다. 포장이 진실인 척하려고 그럴싸한 대의와 연결시키다 ‘삑사리’가 생긴다. 힘을 가지면 그 힘을 널리 타인을 위해 필요한 곳에 써야 대인배라고 배웠다. 자기를 위해서만 쓴다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앉아 비싼 골프채를 휘둘러도 소인배 취급을 피할 수 없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처럼, 예의가 사람을 만든다. 권력자는 권력에 대한 예의를 가져야 한다.
이동섭 예술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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