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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장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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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장인을 만나다

입력
2015.04.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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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령조화고를 아이에게 건네는 김영숙 명인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복령조화고를 아이에게 건네는 김영숙 명인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때로는 사람이 풍경보다 멋지다. 술을 빚고 떡을 만들고…하나에 매진해 온

곰삭은 손길이 화려한 꽃 보다 여운이 더 오래 남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들을 만나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한국관광공사가 4월 가볼 만한 여행지로 이들이 터잡고 사는 곳을 추천했다. 고요하고 진득한 움직임 속에 억겁의 시간이 요동치는 놀라움을 경험하고 싶다면, 가서 문을 두드려본다.

● 맛 좋고 몸에 좋은 약떡…전남 진도 김영숙 명인

지산면을 찾아가 복령조화고를 맛본다. 복령은 벌채한 소나무나 죽은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이다. 이뇨, 강장, 진정에 효능이 있어 한약재로 쓰인다. 복령을 주재료로 해 산약(마), 검인(가시연밥), 연자육(연꽃 씨앗)을 넣고 사탕가루로 맛을 내 만드는 떡이 복령조화고다. 전라도 사람들은 쉽게 복령떡이라고 부른다. 낯설어도 조선시대 가정 살림에 대해 기술한 ‘규합총서’에 등장할 만큼 전통 있는 ‘약떡’이다.

김영숙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53호)은 1966년 시집 올 때 시할머니에게 복령조화고 만드는 법을 배웠다. 전통 떡이 대부분 그렇듯 복령조화고도 손이 참 많이 간다. 그는 사탕가루 대신 꿀을 살짝 넣는데 만들어진 떡은 모양이 백설기와 비슷하고 색깔은 황토색 살짝 도는 아이보리색이다. 여러 가지 약재를 넣었지만 약 냄새나 쓴맛이 없고 꿀이 들어가 적당히 달다. 부드럽게 넘어가고 소화도 잘된다. 아이들 좋아할 만하고 소화력 약한 환자들도 먹기에 부담 없다. 김영숙 명인이 지산면에 있다.

추가로 기억해야 할 것들은 이렇다. 진도 남쪽 서망항은 4월부터 5월까지 꽃게가 넘쳐난다. 의신면 남쪽에 접도라는 섬이 있는데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 섬 구석구석까지 ‘접도웰빙등산로’가 뻗어있고 진도와 다리로 연결 돼 가기도 수월하니 들려본다. 진도의 상징인 진돗개의 명성을 확인하려면 진돗개테마파크도 메모한다. 급치산전망대와 세방낙조는 다도해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는 포인트다.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061)540-3033

다회를 주관하는 김동곤 명인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다회를 주관하는 김동곤 명인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봄날 차 한 잔의 여유…경남 하동 홍소술ㆍ김동곤 명인

고운 봄볕 즐기며 차 한잔 마시고 싶다면 하동으로 간다. 잘 알려졌듯 야생차의 본향이다. 지리산 화개동은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거슬러 오르는 곳으로, 지금도 양안의 산자락 곳곳에는 차나무를 키우고 찻잎을 덖는 다원이 있다.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든 안개를 먹고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향이 좋은 차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곳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다원까지 20여 곳에 이른다.

홍소술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30호)은 ‘화개제다’를 운영한다. 일대 수많은 다원의 원조다. 1950년대 말 화개동에 들어왔다. 김동곤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28호)은 ‘쌍계제다’를 운영한다. 화개동 토박이로 1975년부터 차를 덖고 있다. 명인들이 운영하는 다원에는 차 시음장이 마련돼 있다.

체험은 하동차문화센터가 적당하다. 하동 야생차의 역사와 차 문화에 대해 전시하고 차 덖기, 떡차 만들기, 다례 배우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5)880-2377

전흥수 대목장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전흥수 대목장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 국보급 전통 건축이 한자리에…충남 예산 전흥수 대목장

법주사 대웅전, 월정사 산신각과 진영각, 창덕궁 가정당, 남한산성 행궁, 수원 화성 팔달문, 도봉산 망월사 대웅전, 관악산 연주암 등이 전부 전흥수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74호)의 손길이 깃든 곳이다.

나무를 다루는 목수 중에서 궁궐, 사찰, 주택 등의 건축물을 짓는 사람이 대목장이다. 설계에서 완성까지 건축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대목장 한 사람이 배출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 건축의 모든 단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각 분야 장인들을 지휘하는 자리인 만큼 익혀야 할 지식이 많고, 솜씨도 좋아야 한다. 그는 1938년생으로 올해 78세다. 가난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18세 때 목공에 입문했다.

1998년 고향인 충남 예산에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국보 1호 숭례문을 비롯해 법주사 팔상전, 화엄사 각황전, 도갑사 해탈문, 개심사 대웅전, 무위사 극락전,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개암사 대웅전 등 내로라하는 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1/5이나 1/10 크기로 직접 축소ㆍ제작한 모형이지만, 자재와 건축 기법이 실제 건물과 똑같고 제작 기간과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었다. 모든 건축물이 목조 뼈대만으로 되어 안팎을 속속들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한국고건축박물관에서는 그 유명한 수덕사와 덕산온천이 가깝다. 예산군청 녹색관광과 (041)339-7312

김춘식 소반장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김춘식 소반장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 견고함과 간결함의 백미…전남 나주 김춘식 소반장

나주반은 전남 나주 지방에서 만드는 소반이다. 간단한 운각, 둥글면서 날렵한 다리 선, 화려하지 않은 가락지(다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가로 부재) 등 간결한 아름다움과 결구의 짜 맞춤으로 구성한 견고함이 특징이다. 상판 가장자리를 따라 아교를 칠하고, 홈을 판 변죽(상 가장자리)을 둘러서 끼워 맞추는 변죽기법은 해주반이나 통영반과 차별되는 독특한 기법이다. 광복 후 사라질 뻔한 나주반의 맥을 김춘식 소반장(중요무형문화재 99호)이 잇고 있다.

체험은 나주반전수교육관에서 할 수 있다. 가족을 대상으로 소반체험을 운영한다. 체험은 주중(월, 수, 목, 금요일)은 오전과 오후, 화?토요일은 오후에 진행된다.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체험시간은 3시간이다. 나주시청 관광문화과 (061)339-8592

이형만 나전장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이형만 나전장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 빛과 향이 어린 칠기…강원 원주 이형만 나전장

나전은 오색을 발하는 조개껍데기를 썬 조각이다. 자개라고도 부른다. 칠기는 ‘옻 칠(漆)’ ‘그릇 기(器)’를 쓴다. 둘을 합친 나전칠기는 가구 등에 광채 나는 조개껍데기를 얇게 갈아 붙이고 옻칠한 공예품이다. 작품에 따라 짧게는 서너 달에서 길게는 삼사 년 동안 만든다.

원주는 옻칠에 쓰이는 옻나무 수액이 전국에서 제일이다. 그 빼어난 품질이 장인을 불렀다. 나전장 고(故) 일사 김봉룡 선생은 통영 사람이지만, 좋은 옻을 찾아 원주로 옮겨왔다.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10호로 지정됐고, 이듬해부터 줄곧 원주에서 살았다. 제작 방법은 나전의 곡선 문양을 자르는 줄음질과 가늘고 긴 직선 자개를 짧게 끊어 붙이는 끊음질로 나뉘는데, 일사는 실톱을 도입해 줄음질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가 작고하고 2년이 지난 1996년부터 제자 이형만 장인이 나전장의 맥을 잇고 있다. 주로 단계동 전통공예연구소에서 작업한다.

원주옻문화센터는 실제 장인들이 머물며 작업하는 장소다. 장인들의 작업실과 체험 학습장, 전시실, 판매장 등으로 이뤄졌다. 직접 옻칠 그림을 그리는 체험이다. 체험비는 5,000원이고, 건조 후 택배(유료)로 발송한다. 일반 체험과 달리 옻칠 장인의 작품에 자신의 감성을 더하는 과정이 특색 있다. 원주시청 관광과 (033)737-5122

안해표 화혜장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안해표 화혜장 /2015-04-01(한국스포츠경제)

● 옛 신 신고 바닷길 걸을까…부산 안해표 화혜장

여행자에게 제법 알려진 감천문화마을에 안해표 화혜장(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17호)이 운영하는 전통신전수관이 있다. 화혜장은 왕가나 양반층이 주로 신던 전통 가죽신(화혜)을 만드는 장인이다. 그는 40여년의 세월을 신과 함께 보냈다. 전통신전수관에는 다양한 전통 신이 전시된다. 밋밋하지만 단정한 흑혜, 구름 문양이 깃든 운혜와 당초 문양이 들어간 당혜는 우리 고유의 단아함이 느껴진다. 왕실의 의례용 신인 석부터 최고 상류층만 신을 정도로 까다롭게 만든 태사혜, 비 올 때(진날) 신던 진신까지 만나볼 수 있다. 진신은 미끄러지거나 신에 흙이 묻지 않도록 징을 박았다. 부산광역시청 문화관광국 문화예술과 (051)888-5062

김성환기자 spam001@sporbiz.co.krㆍ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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