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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점수 올려주겠다”고 접근해 취업미끼 7억 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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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점수 올려주겠다”고 접근해 취업미끼 7억 갈취

입력
2015.03.3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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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시험으로 토익점수 올려주겠다”며 접근, 7억 갈취

대구지검서부지청, 9명에게 취업알선료 명목 7억 챙긴 일당 적발

“국방과학연구원에 취업”에 속아 2억5000만원 건넨 명문대출신 대기업계약직연구원도

영어대리시험을 미끼로 취업준비생에게 접근한 뒤 공기업 등에 취업시켜주겠다며 취업알선료 명목으로 1인당 1억원 가까이 뜯어낸 신종보이스피싱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피해자들은 주로 명문대를 졸업한 대기업 계약직 연구원이거나 대기업 사원, 의학전문대학원 준비생 등이었다. 이들은 한전 금육감독원 국방과학연구고 등 공기업이나 국책연구기관, 유명의전원 입학을 노리고 거액을 건넸다가 사기를 당하고도 불법적인 대리시험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대부분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영어 대리시험을 쳐 주겠다며 취업준비생 등에게 접근해 취업알선료 명목 등으로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대구지역 한 사립대 계약직원인 이모(27)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이씨와 함께 사기행각을 주도한 ‘사장님’으로 알려진 신원불상의 공범을 추적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13년 1월부터 디시인사이드 등에 “답안지 바꿔치기 등으로 토익ㆍ텝스 성적을 올려주겠다”고 게시한 뒤 이를 보고 연락해 온 명문대 출신 대기업 계약직연구원 C씨에게 “국방과학연구원에 취업시켜주겠다”며 2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채는 등 2013년 한 해 동안 9명의 취업준비생으로부터 모두 7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검찰조사결과 이씨는 대리시험 수수료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받은 뒤 실패했다며 받은 돌을 되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공기업 등에 취업시켜주겠다며 거액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또 더 많은 돈을 뜯어내기 위해 다른 피해자에게서 받아 낸 돈을 새로운 피해자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1월 B씨에게 ‘사장님’을 소개해 준 뒤 B씨가 390만원을 전달했지만 “시험에 실패했는데 1억1,000만원을 내면 한전에 취업시켜주고 5,500만원은 내가 빌려주겠다”고 제안해 1억1,000만원을 받아 챙기고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기도 했다. ‘사장님’의 지시를 받은 이씨는 다른 피해자로부터 챙긴 돈 중 일부인 5,500만원을 B씨에게 입금했고, B씨는 자기 돈을 보태 이씨에게 6,000만원, 다른 피해자인 C씨에게 5,000만원을 입금했다. B씨에게 5,000만원을 받은 C씨는 2억5,000만원을 보태 3억원을 이씨에게 보냈다가 모두 날렸다.

피해자로부터 계좌이체를 통해 거액을 챙긴 이씨는 이 중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 KTX특송으로 ‘사장님’에게 전달했다.

이씨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신고를 못했다. B씨 등 2명만 신고했다. 이씨는 B씨가 공범인 ‘사장님’을 사기혐의로 고소하자 빌려준 돈을 달라며 되레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대담함을 보였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씨는 수사 과정에서 “계좌를 빌려주었을 뿐”이라며 둘러대 무혐의처분을 받았다가 뒤늦게 범행사실이 밝혀졌다.

이원곤 서부지청 차장검사는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에서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진범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관행을 노려 수사망을 빠져 나갔다”며 “피해자들도 거액을 사기당하고도 불법 영어대리시험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 신고를 주저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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