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무기 중개상인 이규태(66ㆍ구속) 일광공영 회장이 방위사업청에 납품한 1,000억원대 공군 전자전 장비(EWTS)는 불법복제와 속임수로 얼룩진 불량품이었다. 31일 이 회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EWTS 제작사인 터키 방산업체 하벨산이 처음 제시한 장비가격 5,120만 달러의 약 두 배인 9,617만 달러에 EWTS를 방사청에 납품하며 거액을 받아 챙겼다. 특히 그는 하청업체의 연구개발을 통해 EWTS의 장비를 당초보다 개량했다는 명목 등으로 217억원을 챙겼으나, 오히려 ‘개량’이후 장비 기능은 원제품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이 채점장비(TOSS), 주전산장비(C2) 등 EWTS를 구성하는 핵심기술을 하청업체 등을 통해 자체 개발했다고 한 것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싱가포르 S사로부터 TOSS 소프트웨어를 구입했으나, S사는 대금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시한부 기능정지(TimeLock) 프로그램을 TOSS에 설치했다. 이 회장은 일광공영 계열인 솔브레인을 동원, 이 소프트웨어를 무단복제 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시한부 기능정지 프로그램 기능을 회피하기 위해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추가 설치했고, 그 결과 EWTS의 채점성능은 이전보다 저하됐다. 이 회장은 또 하벨산의 C2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사용해 놓고 자체 개발했다고 속이기까지 했다.
31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은 이 회장을 EWTS 공급계약을 중개하며 납품가격을 속여 정부예산 9,617만달러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구속기소했다. 예비역 공군 준장인 권모(60) 전 SK C&C 상무와 조모(49) 솔브레인 이사도 함께 구속 기소됐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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