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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세월에 저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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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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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월이 온다. 세월호 침몰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던 그날의 참담함이 어제 같다. (…) 이석태 세월호 특위위원장이 어제(29일)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입법예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특위 무력화 시도를 강력 경고했다. (…) 특위의 중립성 보장, 독립적 진상규명과 선체인양, 실종자 수습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의무다.” 한국일보 3월 30일자 ‘지평선’ 코너에 황유석 논설위원이 쓴 ‘세월호 1년’의 일부.
“다시 4월이 온다. 세월호 침몰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던 그날의 참담함이 어제 같다. (…) 이석태 세월호 특위위원장이 어제(29일)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입법예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특위 무력화 시도를 강력 경고했다. (…) 특위의 중립성 보장, 독립적 진상규명과 선체인양, 실종자 수습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의무다.” 한국일보 3월 30일자 ‘지평선’ 코너에 황유석 논설위원이 쓴 ‘세월호 1년’의 일부.

세월(歲月)은 파괴적이다. 기억을 잠식한다. 소외 뒤엔 소멸이다. 그렇게 세상은 답보한다. 돌이켜야 이성은 작동한다. 성찰로 깨워야 한다. 아직 세월호(世越號)가 영면해선 안 된다.

“태업으로 일관하다 엊그제 내놓은 시행령은 사실상 진상규명을 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 (…) 특위를 고사시키려고 작정한 듯하다. 세월호 선체인양도 기약이 없다. (…) 세월호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사라진 7시간 행적’이 도마에 오르는 것을 꺼리는 박 대통령뿐이 아니다. 세월호 대처에 책임이 있지만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는 세월호 관련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그럴 터이다. 세월호는 ‘교통사고’고, 특위는 ‘세금도둑’이라고 몰아붙였던 새누리당도 재보선과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세월호가 다시 부각되는 게 반가울 리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어도 세월호를 불편해 하는 이들이 있다. “그만하면 되지 않았느냐”“다 밝혀지지 않았느냐”는 게 그들의 정서다. (…) 세월호에는 그 동안 우리사회에 쌓여온 부조리한 관행과 부패, 비리, 권력의 무능, 국가의 책임방기 등 구조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 세월호 1주년이 다가오지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해결된 건 아무 것도 없다. 부도덕한 권력과 개개인의 무관심 때문이다.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오직 선한 자들의 무관심이다.” 보수주의 정치철학자 애드먼드 버크의 말이 귓전을 때린다.”

-세월호를 불편해하는 사람들(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려면 ‘세월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양 작업은 미루어지고 있다. 인양 작업을 미루는 힘과 사고 원인을 은폐하려는 힘은 같다.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와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힘도 마찬가지다. (…) 비난 여론에 사과가 필요했듯 ‘이제 그만하자’는 여론에는 사과가 필요없었다. (…) 세월호 사건은 돈 귀신 들린 세상과 그런 세상과 타협한 사회 성원이 만들어낸 필연적 비극이자, 거대하고 장기적인 비극의 신호탄이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성찰도 터져나왔다. (…) ‘사라진 사과’와 ‘사라진 성찰’은 연동했고 서로 의지했다. 둘은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던 돈 귀신 들린 세상의 재가동 신호였다. 둘은 실은 하나였다. 제아무리 비극적인 사건이라 해도 시간은 어김없이 분노의 열기를 식힌다. 식혀진 분노는 오로지 성찰로만 지속된다. 성찰이 사라지면 분노도 사라지며 분노가 사라지면 진실은 묻힌다. 성찰은 진실을 밝히는 유일한 연료이며 가장 강력한 무기다. (…) ‘우리를 잊지 마세요’는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 아이들을 통해 하려는 말이다. (…)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은 ‘그렇게 살지 마세요’일 것이다.”

-그렇게 살지 마세요(경향신문 ‘김규항의 혁명은 안단테로’ㆍ‘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 전문 보기

“시각과 청각은 역사 이후의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인정받아 왔다. 보고 듣는 건 텍스트와 이미지를 창조하는 바탕이다. (…) 반면 후각은 종종 ‘더 동물적인’ 감각이라 여겨졌다. 이성적 추론을 통하지 않았지만 ‘감’이 뭔가 이상할 때 우리는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 혐오표현이나 인종차별 발언에 유독 냄새와 관련된 것이 많다. 한국인을 향한 차별발언 중 가장 흔한 것은 “김치 냄새” “마늘 냄새”다. (…) 한국인들은 자기들끼리도 냄새를 가지고 적나라한 혐오를 드러낸다. 전라도 사람에게 “홍어 냄새”가 난다고 조롱하고,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 경우에 속하는 남성)에게서 “개천 냄새”가 난다고 이죽댄다. (…) 냄새는 이처럼 공동체의 내부와 외부, 소속된 자와 배제된 자를 가르는 즉각적인 낙인이다. 동시에 그 낙인을 사용하는 이가 반민주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임을 드러내는 정확한 신호다. (…) 후각사회란, 혐오와 열광이 설득과 토론을 대신한 사회다. 또한 맹렬하게 끓어오르다가도, 냄새에 코가 마비되듯 쉽게 잊어버리는 사회다. 무엇보다 그 사회는 실제 나지도 않는 냄새를 상상적으로 재현하며 확대재생산하는 사회다. 이런 감각의 변화들, 두렵고 불안해진다.”

-후각사회(한겨레 ‘야! 한국사회’ㆍ박권일 칼럼니스트) ☞ 전문 보기

2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국장 행사장인 싱가포르국립대 문화센터(UCC)에 장남인 리셴룽 현 총리 등 유족들이 리 전 총리의 영정과 함께 도착하고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국장 행사장인 싱가포르국립대 문화센터(UCC)에 장남인 리셴룽 현 총리 등 유족들이 리 전 총리의 영정과 함께 도착하고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독재ㆍ성장은 인과가 아니다. 낙수 효과가 자연스럽지도 않다. 향수 대신 환멸이 적절하다.

“싱가포르 모델은 그늘이 작지 않다. 정치적 측면에서 싱가포르는 여전히 한 정당이 시민사회를 지배하는 권위주의 국가이며, 집회ㆍ결사ㆍ언론의 자유 등 국민 기본권 또한 크게 제한돼 있다. 사회적 측면에선 빈부격차도 큰 문제다. 2013년 싱가포르 지니계수는 0.478을 기록했고, 전체 인구의 10~12%가 1,000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 프로이센 비스마르크의 부국강병 모델에 기원을 두는 싱가포르식 발전전략이 정보사회가 진전하고 시민사회가 다원화된 21세기에 어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저성장, 심화되는 빈부격차, 활기 잃은 시민사회의 현재적 상황은 미래가 아닌 과거에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문제의 핵심은 싱가포르와 함께 발전국가의 대표 사례였던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국가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발전모델을 여전히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발전전략을 이끌어갈 정치적 리더십 또한 부재하다는 데 있다. (…) 싱가포르 모델은 역사적 사명을 다한 모델이다.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일궈내는 21세기에 걸맞은 그런 정치적 리더십을 고대하고 소망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리콴유를 생각한다(한국일보 ‘김호기의 원근법’ㆍ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전문 보기

“싱가포르의 경제발전은 다른 한편으로는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에 기초하고 있다. 성장의 이면에서 리콴유는 아시아의 가치와 문화를 강조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억눌러왔다. (…) 리콴유 사후 한국에서도 부패를 척결하고 비전을 실천한 그의 업적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자유를 유보해서라도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권위주의에 대한 향수마저 나타나고 있다. (…) 그러나 많은 국가들의 역사적 경험을 보면 권위주의가 성장률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적 변화를 고려한 경제학의 최근 실증연구들은 민주주의의 발전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 최근 싱가포르는 빈부격차와 부의 집중이 심각해져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 리콴유가 떠난 지금 싱가포르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에어컨이 아니라 더 많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다.”

-리콴유, 에어컨과 민주주의(한겨레 ‘세상 읽기’ㆍ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 전문 보기

3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3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외교안보 라인 재편 요구가 보수지에서 나온다. 국가안보실장 무능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미국이 추진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참여 문제야말로 미ㆍ중 사이에서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문제다. 윤 장관 말대로 미ㆍ중 사이에 끼인 우리의 처지가 축복이라면 왜 그걸 이용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남북 및 한ㆍ일 관계가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아가고 있는데도 외교에 문제가 없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팀에는 팀워크란 게 없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 장관들 간에 제대로 된 토론 한 번 없었다고 한다. 그 중심에 서야 할 사람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국제정세부터 한반도 상황까지 현재와 미래의 전체 국면을 보는 매와 벌레의 눈을 갖고, 중책을 담당해야 할 사람이 국가안보실장이다. 그런 그릇을 갖춘 사람이 그 자리를 맡아야 한다.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국정원이 부처 또는 개인 이기주의에 빠져 따로 논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포장이 아닌 알맹이로 외교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자랑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자화자찬 한국 외교(중앙일보 기명 칼럼ㆍ배명복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 전문 보기

“나라마다 정권마다 외교의 기본 설계도(設計圖)가 있다. 박근혜 정부도 설계도가 없을 리 없다. 문제는 설계도의 기본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물이 누구인지, 설계도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나라 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요즘의 대미(對美) 외교, 스스로 외압(外壓)을 불러오는 듯한 작금의 대중(對中) 외교, 제자리걸음만 하다 오히려 후퇴해버린 지난 2년의 대일(對日) 외교, 화려한 시사회용(試寫會用) 필름을 계속 돌릴 뿐 끝내 본영화가 상영되지 않아 관객을 지치게 만드는 대북(對北) 관계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의 외교ㆍ안보팀장은 청와대 안보실장이다. 현 정권 출범 당시 국방장관 적임자를 찾다 찾다 찾지 못해 전(前) 정권의 장관을 그대로 유임시켰던 인사다. 그가 이 정부 외교의 설계자일 수는 없다. 외교부 장관은 아무리 뜯어봐도 외교정책의 시공(施工) 담당일 뿐 설계와는 거리가 멀다. 이 정부 들어 통일부 장관은 불면 날아가 버릴 만큼 위상(位相)이 가벼워졌다. 청와대 외교수석도 한국 외교의 3대 축(軸)인 대미 외교ㆍ대중 외교ㆍ대일 외교를 전면(前面)에서 이끈 경험은 없는 인사다. 상황이 이렇다면 박근혜 정부 외교의 기본 설계도는 대통령 본인이 만들었다는 말이 되고 만다. 나라가 이럴 순 없다. (…) 외교ㆍ안보 라인의 근본적 보강과 재편을 서둘러야 할 때다.”

-‘한국 외교, 安寧하신가요’(3월 28일자 조선일보 기명 칼럼ㆍ강천석 논설고문)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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