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등 법정 분쟁 끝내기로 전격 합의
삼성과 LG가 소송으로 비화된 세탁기 사건을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법적 분쟁을 한꺼번에 끝내기로 전격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양 사는 앞으로 사업을 벌이면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 법적 공방 대신 대화와 협의를 통해 풀기로 미래 상황까지 합의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들 4개사는 이번 합의에 대해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데 힘을 모으고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하자는 최고경영진의 대승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 대해 고소 취하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관계당국에도 선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가 얽힌 5건의 법적 분쟁도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게 됐다. 앙 사의 법적 분쟁은 지난해 9월 조성진 LG전자 생활가전 사장이 독일 베를린의 가전전시회(IFA)에 참가했다가 현지 매장에서 삼성 크리스털 블루도어 세탁기를 고의 파손한 혐의로 삼성전자에게 고소를 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LG전자도 이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삼성전자를 맞고소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을 놓고 서로 고소전을 벌여 두 개의 사건이 계류 중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시스템 에어컨 효율화 국책 과제 선정과 관련해 사업보고서를 빼돌린 혐의로 LG전자측을 고소하면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모적 논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양 사의 이번 합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 오너들이 대승적 차원에서의 분쟁 해결에 공감하며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게 된 구체적 과정은 공개하지 않기로 상호 합의했다”며 “ 평화적인 협상으로 분쟁을 해결하자는 오너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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