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주요 6개국 핵 협상이 마감시한(현지시간 31일)을 코 앞에 두고도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협상에 뒤늦게 합류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29일 “스위스 로잔에서 진행되는 핵 협상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신 유엔 제재의 즉각적인 해제를 요구해 최종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은 협상 타결 후 4~10년에 걸쳐 단체적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이란은 모든 제재 즉시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왕 외교부장이 이날 뒤늦게 협상에 합류하면서 협상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왕 외교부장은 협상에 앞서 “모든 협상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일반론을 내놓으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이란의 오랜 우방이었던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후아리밍 전 주이란 중국대사는 “과거 이란은 어려운 외교 문제에 당면했을 때 중국에 도움을 청했고 중국은 윤활유 역할을 해 왔다”며 “이번 협상에서도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우방국에게도 핵문제에 관한 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을 들어 “중국이 이란에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이란 핵무기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진 않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으로 꼽히는 이란 지역에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서방국들의 우려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이란 해군과 페르시아 만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등 우호 관계를 과시했지만 이란 핵개발에 대한 유엔의 경제 제재 방침에는 동참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각종 경제 개발 계획도 국제 평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왕 외교부장도 유엔 제재 조치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란의 경제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이 상승된 것도 왕 부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중국사회과학아카데미 중동전문가 인강 교수는 “과거 중국은 우방국인 이란과의 이해득실만 고려하면 됐지만, 양대 강국으로 발돋움한 현재 중국의 이미지, 미국과의 관계 등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 이란 무역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어 중국이 무조건 서방 편에만 설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란 원유는 중국 원유 수입의 9%나 차지한다. 또 중국과 이란은 1985년부터 30년 동안 연구용 핵 개발 정보들을 공유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왕이 부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더욱 주목 받고 있는 이유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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