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자, 처음엔 "소실 됐을 것" 주장
오후엔 "누가 훔쳐간 뒤 방화" 번복
지난 26일 일어난 화재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일부가 불에 탔거나 도난 당했을 것이라는 소장자의 주장이 제기돼, 그 발언에 대한 진위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소장자는 30일 오전엔 “불에 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오후엔 “누군가 훔쳐간 뒤 방화했다”고 말을 바꿨고,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했던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고도 그냥 뒀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은닉해 온 배모(52)씨는 30일 오전 경북 상주시 낙동면 구잠리 자신의 집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화재 합동감식 현장에서 일부 언론을 상대로 “이번 화재로 훈민정음 해례본이 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씨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작은방과 또 다른 방 두 곳에 나눠 보관해 왔다”며 “이번 불이 작은방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 방에 보관 중이던 해례본은 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재 발생 직전 당일 오전에 화재보험 가입 권유전화가 왔지만 거절했는데, 만약 당시 보험에 가입했더라면 보험금을 노린 자작극이라는 누명을 쓸 뻔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배씨는 이날 오후 늦게 본보와 통화에서는 “방 안에 둔 것을 누군가 훔쳐간 뒤 고의로 불을 질렀다고 본다”며 “(훈민정음 해례본이)탔다고 한 적은 없다”고 소실설을 부인했다. 그는 “제3의 다른 방에 보관해 둔 것은 타지 않았지만 어딘지는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어 “문화재청 등에서 내가 수감 중일 때 4차례 압수수색을 할 때도 상주본 일부는 이번에 불이 난 방 안에 있었지만 관계자들이 보고도 그대로 두고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불 난 방에 숨겨둔 해례본은 일부분 밖에 되지 않아) 나중에 다른 부분까지 확보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해 배씨는 2008년엔 “집 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고 주장했으나 뒤에 형사 재판 과정에서는 “골동품업자로부터 다른 고서적과 함께 구입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배씨는 골동품업자의 기증으로 법률상 문화재청 소유인 상주본을 은닉한 채 내 놓지 않던 중 지난 26일 오전 배씨가 살던 집에 불이 나 방 2칸과 거실, 부엌을 모두 타버렸다.
학계에선 배씨의 주장에 대해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상주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소유주가 공개를 거부해 직접 조사를 할 수도 없고 행방도 몰라 진위 파악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동감식반은 화재 현장에서 타다 남은 전선 등을 확보했다. 감식 결과는 2,3일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상주=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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